‘꿈의 가격’ 여덟 번째 납부자, 자영업자 신용근씨의 이야기
4년 4개월 간 군 생활 끝에 모은 전재산으로 창업 뛰어들어
우후죽순 늘어나는 경쟁 카페에 광고비 부담까지 떠안아
매출 하락으로 인한 마케팅 이중고...배달의 민족 깃발↓
녹록지 않은 현실...주 7일 근무에 개인 업무는 포기 상태

‘빈곤이란, 누구나 갖는 꿈을 똑같이 갖고 있지만, 실현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 -도서 <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 中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우리나라도 빈곤 문제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 특히 고달프게 살아가는 빈곤 청년들에게선 꿈을 잃은 슬픈 자화상을 여과 없이 목도하게 된다.

과연, 꿈이라는 작은 씨앗에 푸른 싹이 트고 잘 익은 열매가 맺히기 위해선 몇 리터의 땀과 눈물이 필요할까. 그간 흘려온 땀과 눈물로 꿈이라는 씨앗에 물을 준다면 꿈은 무탈하게 자라날 수 있을까. 또, 우리 사회라는 토질(土質)은 꿈을 심기에 얼마나 비옥한가.

다들 ‘꿈을 크게 가져야 깨졌을 때 그 조각도 크다’고들 말한다. 꿈을 크게 가지는 것조차 사치스러울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또, 무기력하게 깨져버린 꿈의 조각들이 온 몸을 할퀴어 올 때, 그땐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해선 그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맨 몸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청년들에겐 꿈은 어떤 존재일까.

<투데이신문>이 만나본 꿈꾸는 빈곤 청년들의 눈빛은 그 무엇보다 뚜렷이 빛났다. 그럼에도 그들은 아침이고, 밤이고 죽어있다. ‘꿈의 가격’을 제때 지불하기 위해서다.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꿈을 오롯이 자력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청년들은 심적으로도, 물적으로도 빈곤했다. 청년들은 꿈을 담보로 가불인생을 살고 있다. 

너무나도 성실한 이들은 깨어있는 동안 꿈의 청사진에 열심히 덧칠한다. 꿈은 아름답다고들 말하니까, 여기저기서 열심히 긁어모은 가장 선명한 색으로 가득 채운다. 그런데 이상하다. 덧칠을 하면 할수록 소중한 청사진이 흐려진다. 청년은 급하게 붓을 내려놓는다. 대한민국 청년들이 그려나가는 꿈의 가격은 얼마일까. 

이른 아침 출근한 용근씨가 음료를 제조하고 있다&nbsp;ⓒ투데이신문
이른 아침 출근한 용근씨가 음료를 제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세진·박효령 기자】 이른 아침, 따스한 커피 한 잔과 커피 머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달콤쌉쌀한 향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부지런히 미리 도착한 식재료를 정리하고 가게 곳곳을 쓸고 닦는다. 오랜 시간 꿈꿔온 카페다. 그의 손길이 곳곳에 닿은 카페는 작지만 알찼다. 본인의 카페를 창업하기 위해 걸린 시간은 8년. 바쁘게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노라면 그간 겪어왔던 시련들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이 곳에는 그의 청춘이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다.

마냥 따사롭고 부드러울 것만 같은 카페 사장 신용근(가명·28)씨의 이력은 생각보다 거칠고 강했다. 20살 창업에 걸림돌이 될 것만 같은 군복무를 빠르게 마치기 위해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전역 이후 카페 창업에 필요한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 특전사에 지원했다. 이후 약 4년 4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특전사 복무를 마친 뒤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카페를 창업했다. 온전히 그의 땀으로 일궈낸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거칠게 파도치는 포항 앞바다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이후 세계 곳곳을 누비며 평화를 지키던 그였음에도, 처음으로 맞이하는 꿈은 녹록치 않았다. 아직 새내기 사장에겐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라는 직격탄을 맞은 탓에 어렵게 일궈낸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찾아왔다. 주 7일, 단 하루 쉬는 날 없이 꿈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그는 그렇게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텅 빈 용근씨의 카페 전경
텅 빈 용근씨의 카페 전경 ⓒ투데이신문

늘어나는 ‘청년 창업’…덩달아 늘어나는 ‘청년 폐업’ 

군인이라는 직업을 뒤로 한 채 용근씨는 지난해 대구 달서구 진천동에 자그마한 카페를 차렸다. 그는 6년 경력의 베테랑 군인이었지만, 오랜 꿈인 카페창업을 위해 과감히 전역의 길을 선택했다. 주위의 만류에도 꼭 이루고 싶던 꿈이었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정든 군부대를 떠났다.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젊은 층도 많아지는 추세다. 용근씨의 창업 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창업 열풍은 통계로도 잘드러난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20대 이하가 대표인 사업체 수는 18만2000개로 나타났다. 이는 6만 9000개였던 2019년과 비교했을 때 약 164% 늘어난 수치다. 

폭발적으로 창업이 늘어나는 만큼, 폐업률도 덩달아 높아지는 추세다. 수많은 청년들이 꿈을 향해 창업이라는 길에 달려들지만 그 끝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발표한 ‘2021 청년체감 경제고통지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9살 이하 개인사업자 폐업률은 2020년 20.1%다. 이는 전체 평균(12.3%)의 1.6배되는 수치다. 

한경연은 “청년들이 진입장벽이 낮은 소매업, 음식업 등의 창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경기불황, 최저임금 부담, 동종업계 경쟁 심화 등으로 살아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근로생애 초기의 청년들이 영세자영업을 시작했다 좌절하게 될 경우, 적절한 노동경험의 부재로 향후 노동시장에 정착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해외파병 당시 찍은 용근씨(가운데)와 대원들 [사진제공=신용근씨]
해외파병 당시 찍은 용근씨(가운데)와 대원들 [사진제공=신용근씨]

피, 땀, 눈물 흘려 모은 종잣돈…젊음과 맞바꾼 꿈

2017년 8월 입대. 2021년 12월 전역. 4년 4개월 간 피, 땀, 눈물 흘려가며 모은 돈은 꿈을 위한 밑거름이 됐다. 당시 특전사 월급은 175만원. 봉급을 제외한 파병 수당은 월 230만원. 특전사를 떠나며 받은 퇴직금은 약 1300만원. 꿈을 위해 아끼고 아껴 창업 비용을 겨우 마련했다. 기나긴 군 생활을 뒤로 한 채 꿈에 뛰어든 용근씨에겐 이 돈이 전부였다. 찬란한 20대를 남기지 않고 꿈에 투자한 것이다. 모든 걸 걸었기에 간절했고, 두려웠다. 

전역과 동시에 고향 곳곳을 누볐다. 입지 좋은 노다지 땅을 찾기 위해서였다. 카페를 창업하기 위해 걸어가는 길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고됐다.  상가, 평수, 인테리어, 집기류 등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었다. 소중한 꿈이었기에 호화스럽게 열고 싶었지만, 사탕발린 말로 자신을 유혹하는 사람들은 항상 경계했다. 창업을 위해 나아가는 여정은 매순간이 살얼음판이었다.

단 한 번의 잘못된 판단은, 그의 20대 청춘을 송두리째 앗아간다. 그렇기에 더욱 신중해야 했고, 현실과 타협해야만 했다. 보증금 4000만원/월세 170만원. 권리금 1500만원. 카페 창업비용 6000만원. 용근씨의 20대와 맞바꾼 비용이다. 오랫동안 바라왔던 꿈이었기에 더욱 크고 호화롭게 시작하고 싶었지만, 그가 모아온 돈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으로 꿈을 싹 틔웠다.

갑작스레 내린 소나기로 인해 도로가에는 배달 오토바이가 종적을 감췄다&nbsp;ⓒ투데이신문
갑작스레 내린 소나기로 인해 도로가에는 배달 오토바이가 종적을 감췄다 ⓒ투데이신문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단골 손님의 배달 조차 가지 못했다 

비는 억수같이 내리는데, 배달은 가뭄이다. 갑작스레 내리는 비 때문에 그 많던 배달기사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다. 이미 단골 손님의 커피를 모두 만들어놓은 상황이라 사장님의 속은 더욱 타들어갔다. 사장님의 속을 모르는 커피 속 얼음은 속절 없이 녹아내린다. 300m 거리. 알바생이 있었더라면 잠깐 다녀와도 되는 거리지만, 홀로 운영하는 가게인 탓에 잠시도 가게를 비울 수 없다.

“죄송한데, 여기 앞 300m 학교에 배달을 좀 다녀와주실 수 있나요. 제가 혼자라 가게를 비울 수가 없어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용근씨의 요청에 실제 기자가 도보 300m를 배달했을 때 목적지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분. 이후 음식을 건네주고 용근씨의 카페로 복귀하는 데까지 약 10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잠시라도 가게를 비울 수 없는 용근씨는 10분이라는 시간을 내지 못해 단골손님의 음식을 전하지 못할 뻔했다. 1인 자영업자에겐 단 10분의 여유도 용납되지 않았다.  

배달량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1인 자영업자에게 비가 오는 날은 사형 선고와도 같다. 정작 배달이 쉽게 잡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홀 손님 마저 발길이 끊겨 이중고를 겪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가게 한켠에는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안내문이 쓰여있다 ⓒ투데이신문
가게 한켠에는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안내문이 쓰여있다 ⓒ투데이신문

9만463개 중 한 곳…개인업무 조차 보기 어려운 1인 카페

본인의 꿈을 위해 입지 좋은 곳에 카페를 마련한 탓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몇 없던 경쟁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후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러자 매출은 서서히 하향곡선을 그렸다. 인건비는 물론 가게를 쉬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하루라도 쉰다면, 매출이 곤두박질 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주 7일 밤낮을, 그렇게 1년 365일을 자신의 오랜 꿈 카페에서 보낸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커피 음료점은 9만463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1만2920개 늘어난 수치다. 지난 1년간 하루 평균 약 35곳의 카페가 문을 연 셈이다. 커피 가게가 이처럼 폭증하고 있는 까닭으로는 상대적으로 적은 1억원대 투자금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매장을 창업하는데 약 한 달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낮은 진입장벽으로 급증하는 커피 개인사업자 만큼의 커피 수요는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기준 서울 내 커피 음료업 매장 중 절반가량(48.8%)이 3년 이내 폐업하고 있다. 커피 수요는 일정하지만 판매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까닭이다.

또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들이 저마다의 자본력으로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며 동네 곳곳을 점령하고 있는 가운데, 홀로 카페를 운영하는 용근씨에겐  소소한 마케팅 마저도 버겁다. 

1인 자영업자 용근씨에게 가장 힘든 것은 일상적인 생활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용근씨의 하루 근무 시간은 12시간. 오전 9시에 카페 문을 열고, 저녁 9시가 돼서야 가게 문을 닫는다. 단조로운 하루 일상은 7일간 지속된다. 알바생을 쓸 정도의 매출이 나오지 않기에 오롯이 혼자서 모든걸 해결해야한다. 이는 소규모 1인 자영업자가 안고 가야하는 고충이다. 병원, 은행, 미용실 방문 등 일상적인 개인 업무를 보기 위해선 하루 가게를 닫거나, 아주 짧은 시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야한다. 이는 또 매출 감소로 직결된다. 악순환의 반복. 꿈을 이루기 전까진 미처 몰랐던 현실이다.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시민&nbsp;ⓒ투데이신문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시민 ⓒ투데이신문

1인 자영업자라면 피해갈 수 없는 대기업 횡포

용근씨는 이번달 배달의민족 깃발을 3개에서 2개로 줄였다. 매달 나가는 고정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심산이다. 여기서 깃발은 배달의민족의 광고 상품인 울트라콜을 칭하는 업계 은어다. 개당 8만8000원의 비용을 내면 원하는 지역에 본인의 가게를 노출 할 수 있어 많은 자영업자들이 이용하지만, 영세업자인 용근씨에겐 3개의 깃발을 꽂기 위한 비용 26만4000원마저 버겁다.

주위 경쟁 카페들이 평균 5~10개 정도의 깃발을 꽂는 것을 감안한다면 용근씨 카페의 깃발은 터무니 없이 적은 수치다. 또, 업소당 깃발 개수 제한이 없는 탓에 누구나 비용만 낸다면 무제한으로 깃발 등록이 가능하다. 심지어 경쟁업체가 입점한 자리거나 실제 가게 주소와 거리가 먼 지역이어도 깃발을 꽂을 수 있어 광고 경쟁은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당연히 저의 가게를 널리 알리기 위해 수도 없이 깃발을 꽂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하기에 답답할 따름”이라며 “경쟁사는 하나 둘 깃발을 꽂으며 그들만의 영역을 하나 둘 넓혀 나가는데, 오히려 저는 깃발을 점차 빼고 있습니다. 현실은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간 기사로만 접했던 배달의 민족 깃발이 창업을 시작한 지금 본인에게 칼날이 돼 돌아오자 용근씨는 근심을 쉽사리 떨쳐내지 못했다. 미처 몰랐던 현실을 마주하자 그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애꿎은 커피 머신만 연신 만져댔다.

“제 손으로 꿈을 이뤄 냈을 때, 제가 기뻤을 것 같나요. 아님 설레었을 것 같나요. 사실 너무 두려웠습니다. 저의 20대를, 그 긴 시간을 군대에서 보내며 모았던 돈을 온전히 꿈을 위해 투자했을 때, 그리고 현실을 마주할 때 새로운 시작이 이렇게나 무서운 것이구나 깨달았습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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