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가격’ 여섯 번째 납부자, 프리랜서 작가 김유연씨의 이야기
고등학교 때부터 드라마 작가 꿈 꿔…입시·예술대 거쳐 활동 시작
일정하지 않은 수입·적은 급여에 허덕여…방역 아르바이트도 병행
몇 달간 35만자 작성해 20만원 받은 적도…친구집에 얹혀 월세살이
평균 창작으로 연 1700만원 이하 소득…작품 준비 기간 5.7개월

‘빈곤이란, 누구나 갖는 꿈을 똑같이 갖고 있지만, 실현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 -도서 <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 中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우리나라도 빈곤 문제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 특히 고달프게 살아가는 빈곤 청년들에게선 꿈을 잃은 슬픈 자화상을 여과 없이 목도하게 된다.

과연, 꿈이라는 작은 씨앗에 푸른 싹이 트고 잘 익은 열매가 맺히기 위해선 몇 리터의 땀과 눈물이 필요할까. 그간 흘려온 땀과 눈물로 꿈이라는 씨앗에 물을 준다면 꿈은 무탈하게 자라날 수 있을까. 또, 우리 사회라는 토질(土質)은 꿈을 심기에 얼마나 비옥한가.

다들 ‘꿈을 크게 가져야 깨졌을 때 그 조각도 크다’고들 말한다. 꿈을 크게 가지는 것조차 사치스러울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또, 무기력하게 깨져버린 꿈의 조각들이 온 몸을 할퀴어 올 때, 그땐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해선 그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맨 몸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청년들에겐 꿈은 어떤 존재일까.

<투데이신문>이 만나본 꿈꾸는 빈곤 청년들의 눈빛은 그 무엇보다 뚜렷이 빛났다. 그럼에도 그들은 아침이고, 밤이고 죽어있다. ‘꿈의 가격’을 제때 지불하기 위해서다.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꿈을 오롯이 자력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청년들은 심적으로도, 물적으로도 빈곤했다. 청년들은 꿈을 담보로 가불인생을 살고 있다. 

너무나도 성실한 이들은 깨어있는 동안 꿈의 청사진에 열심히 덧칠한다. 꿈은 아름답다고들 말하니까, 여기저기서 열심히 긁어모은 가장 선명한 색으로 가득 채운다. 그런데 이상하다. 덧칠을 하면 할수록 소중한 청사진이 흐려진다. 청년은 급하게 붓을 내려놓는다. 대한민국 청년들이 그려나가는 꿈의 가격은 얼마일까. 

프리랜서 작가인 김유연씨가 자신의 작품을 집에서 작업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프리랜서 작가인 김유연씨가 자신의 작품을 집에서 작업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세진·박효령 기자】 작은 책상, 그리고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다른 세계가 뚝딱 펼쳐진다. 그 세계는 프리랜서 작가인 김유연(가명·25)씨가 만들어낸 또 다른 공간이다. 

그 무한한 곳에서 그는 외모, 성격, 습관까지 손수 빚어낸 주인공들을 등장시키고, 그들에게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다. 그렇게 그는 텅 빈 가상 사회 속 빈 부분을 하나씩 메워나가며 세상 단 하나뿐인 작품을 탄생시킨다.

이 같은 경이로운 행위가 좋아 뛰어든 작가 일이었다. 문예창작·극작 입시 학원을 다니고, 극작과 전공으로 예술 대학을 입학해 졸업한 현재까지도 그는 글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오랜 시간 간직하고 이루고 싶은 꿈이기에 유연씨는 인내하고 감내하며 꿋꿋하게 책상 앞을 지켰다. 하지만 요즘에는 덜컥 자신이 걷는 길이 맞나 의문이 든다. 하루에 몇 십만자의 글을 쓰고 많게는 10시간씩 앉아서 꼬박 일을 하지만 돌아오는 소득은 너무나도 적기 때문이다.

특히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예술대학이 아닌 종합대학에서 다른 전공을 배우고 있는 지인들 사이에서 그는 부유하는 기분이 들었다. 드넓은 바다에 홀로 표류하고 있는 부표처럼 말이다. 한편으로 ‘시야가 너무 좁아진 게 아닐까, 글을 쓰지 않으면 과연 무슨 일을 해야 하는 걸까’라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마치 해무가 깔린 듯한 미래에 덜컥 불안함이 든다. 

김유연씨가 자신의 작품의 스토리 구성을 칠판에 적어둔 모습. ⓒ투데이신문
김유연씨가 자신의 작품의 스토리 구성을 칠판에 적어둔 모습. ⓒ투데이신문

오롯이 혼자 채우는 근무시간

현재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는 유연씨는 하루를 오롯이 혼자만의 힘으로 채워나간다. 자취방에서 일어나 혼자 아침 식사를 하고, 바로 책상 앞에 앉는다. 그러고는 8시간 이상 글을 쓴다.

혼자서만 지켜야 할 근로 규칙이지만 유연씨는 누구보다 더 엄격하게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야 지만,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했을 때 ‘배고픈 직업’, ‘현실보다 이상을 좇는 사람’, ‘허송세월을 보내기 쉽다’라는 편견을 깰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연씨는 매주 웹소설과 웹툰의 스토리를 각각 작성하고 퇴고해야 한다. 그 외에도 드라마, 서적 등 여러 매체를 보며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더불어 다음 작품 계약을 따내기 위해 출판사에 투고할 작품을 준비한다. 연재 중인 작품 말고도 매일 다른 작품을 구상하고 글을 써야 수입이 있어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현재 교육을 받고 있는 방송작가교육원의 비대면 교육도 참석하고, 그 수업에서 나온 과제도 해낸다. 그리고 독서모임을 통해 많은 이들과 여러 감정, 생각을 공유해 창작에 반영하기도 한다.

이처럼 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그는 본격적인 글 작업에 돌입하기 전 오늘의 계획을 세세하게 적어두고 단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게 자신에게 혹독하게 대하면서까지 노력해야 일반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들만큼 보수와 일에 대한 주변의 인정이 돌아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유연씨는 꿈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를 촬영한 뒤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있다.  매주 게재하는 20분 내외의 영상 안에는 단조롭지만 소박한 일상부터 업무로 꽉 채운 하루 일과까지 차곡차곡 담겨 있다. 이를 통해 그는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과 소통하기도 하고, 자신을 응원하는 댓글을 보며 다시 한번 꿈에 달려갈 힘을 얻는다. 

이처럼 빈틈없이 꽉 채운 원고지 같은 삶을 살고 있지만, 그가 작가로서 일하고 받는 수당만으로는 생활을 유지하기가 녹록지 않다. 유연씨가 오롯이 창작 노동만 할 경우 벌어 들이는 한 달 수입은 웹툰 115만원, 웹소설 20만원으로 총 135만원에 불과하다. 그는 1년 동안 예술활동으로 1620만원의 수입만 얻는 셈이다. 

그래서 유연씨는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의 방역을 점검하고 도와주는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 현재 그가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는 학교 개학에 맞춰 한 학기마다 계약해 진행하는 형식이다 보니, 기회가 올 때마다 바로 잡아야 한다. 주에 14시간 근무, 시급 1만990원.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입은 월 61만5440원. 유연씨는 이를 생활비에 보탠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기간이면 조금이나마 생계에 허덕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든다.

오전 아르바이트를 마치면 다시 집으로 돌아와 오전에 채우지 못한 근무량을 마무리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작업을 이어간다. 이렇듯 그의 하루는 혼자만의 외로운 노동의 연속이다. 

자신의 작품을 집에서 작업하고 있는 김유연씨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투데이신문
자신의 작품을 집에서 작업하고 있는 김유연씨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투데이신문

작가의 장르는 결말없는 ‘고군분투 성장기’

기억이 나지 않는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꿈꿨던 작가라는 직업은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확고해졌다. 혼자서만 꿈을 갈고닦으며 준비하던 고등학교 시절, 유연씨는 영상 제작 동아리의 일원으로 단편 영화 제작에 뛰어든 적이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자신이 쓴 글이 영상화된 것을 봤고 이에 더해 감독의 연출, 배우의 연기, 시청자의 해석까지 더해져 하나의 작품이 되는 과정에 매력을 느꼈다. 그 시점부터 유연씨는 자신의 색이 담긴 시나리오를 쓰는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어졌다.

그래서 덜컥 부모님을 설득해 입시 학원에 등록했다. 하고 싶은 일이 확고해 당찬 포부를 지닌 유연씨의 모습에 부모님도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는 7개월 동안 월 95만원을 내며 문예창작·극작 입시학원을 다녔다. 부모님의 지원을 받고 다니는 만큼 그의 어깨는 무거웠지만,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에 욕심이 났다. 부지런히 학원에 다니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결과, 난다 긴다 하는 예술인이 모여 있는 예술대학교 극작과에 합격할 수 있었다.

대학교에 입학한 유연씨는 스스로 기회를 잡기 위해 학교 곳곳을 뛰어다녔다. 3년 내내 국가장학금을 받으며 부모님의 부담을 덜기 위해 애썼고 타과와 협업해 드라마를 제작할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잡기 위해 닥치는 대로 시나리오를 썼다. 작품을 맡게 되면, 하루 종일 공부하고 생각나는 아이디어가 있을 때마다 메모하고 공유하는 등 끝까지 물고 늘어져 최선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매사 열심히 한 덕에 성공적으로 학교 생활을 마친 유연씨는 곧바로 일을 구할 수 있었다. 원하던 드라마 작가는 아니어도, 같은 계열의 일을 하면서 천천히 나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던 사회는 너무나도 험난한 가시밭길이었다. 졸업하자마자 웹툰 스토리 작가와 웹 소설 작가를 시작한 그는 드디어 꿈에 점차 다가간다는 설렘에 하루하루를 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연씨에게는 해냈다는 성취감보다 쓰디쓴 현실이 먼저 찾아왔다.

하루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 동안 뻐근한 목과 마비될 것만 같은 손가락을 참고 꿋꿋하게 앉아 글을 썼지만 통장에는 바로 수입이 들어오지 않았다. 웹툰 업무를 시작한 유연씨는 몇 달이 될지 모르는 기획 작업 동안 소액의 기획 개발 비용으로만 버텨야 했고, 웹 소설 업무는 선인세를 제외하곤 소설이 론칭될 때까지 입금되는 금액이 없어 당장 필요한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도 어려웠다. 친구 집 방 한 칸에 얹혀 사는 유연씨는 친구에게 월세 12만원도 줄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했다.

결국 부모님께 손을 뻗어야 했다.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가정에 계속 부담을 주는 것 같아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괴감에 목 끝이 턱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이에 더해 주변 친구들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기 시작하자 유연씨는 더 암울해졌다. 회사에 다니며 매달 월급을 꼬박꼬박 받는 친구들의 안정된 삶이 부러웠다. 나름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열심히 달려왔지만 손에 잡히는 ‘무언가’가 없어 허상을 쫓는 것 같다는 생각이 그를 괴롭혔다. ‘이대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면 어쩌지’하는 불안감도 뒤따라왔다.

그럴 때마다 긴 시간 동안 지켜온 꿈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창작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조금씩 모이자, 유연씨는 부모님의 지원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직까지도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정도의 수입이지만 꿈을 위한 투자는 자기 자신만의 희생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유연씨는 이를 악물고 책상 앞에 앉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야기를 쉴새없이 써내려 나갈 뿐이다. 둔탁한 타자치는 소리만 작은 방에 가득하다.

김유연씨가 과거 대학교 재학시절 작성했던 대본과 스토리 구성 공책의 일부. ⓒ투데이신문
김유연씨가 과거 대학교 재학시절 작성했던 대본과 스토리 구성 공책의 일부. ⓒ투데이신문

긴 노동과 바꾼 대가는 ‘새드엔딩’

고된 노동과 적은 수익 등으로 벼랑 끝에 선 듯했지만, 그럼에도 유연씨는 더욱더 열심히 글을 써서 만회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힘든 형편 속에도 자신의 작업실을 마련했다. 4평에 월 25만원. 형편상 꽤나 큰 지출이었다. 집에서의 작업도 나쁘진 않았지만,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에 게을러져 점점 느는 작업량을 시간 내 다 채우지 못할 것 같았다. 더욱이 스스로 점차 나태해짐을 느낀 유연씨는 출퇴근을 해서라도 과거의 열정과 결심을 다잡고 싶었다. 

실제로 유연씨와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많은 근로 시간에 비해 적은 소득을 얻고 있었다. 지난 2020년 만15세 이상 만39세 이하 청년 471명(여성 314명·남성 15명)을 대상으로 전국여성노동조합이 진행한 ‘디지털콘텐츠창작 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가들은 근로 수입으로만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년간 응답자들이 플랫폼 창작을 통해 얻은 수입은 2411만원이었으며, 중위값은 1700만원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절반은 플랫폼 창작으로 월 142만원 이하의 소득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달이면 아끼고 아껴도 한 달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생활비 60만원과 작업실 월세 25만원해서 총 85만원을 지출하게 된다. 그 외에도 작가교육원 21주 교육 과정에 70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또한 해당조사에서 창작자들은 작품을 연재하기 전 수입이 없는 ‘준비 기간’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창작자의 작품 계약 전 준비기간은 1년 중 평균 5.7개월이었다. 이를 통해 창작자들은 1년 중 약 절반 가량의 기간을 별다른 소득 없이 오로지 작품만 준비하며 소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창작자들은 긴 작업 시간에 따른 고충을 호소하기도 했다. 응답자들의 하루 평균 작업시간은 9.5시간, 주당 평균 노동 시간은 52.5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주당 노동일수는 5.7일로 확인됐다. 심지어 유연씨가 병행하고 있는 웹툰 작가의 경우, 마감 시간이 임박하면 밤을 새우거나 새벽까지 야간 노동을 이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따라 웹툰 업계 종사자는 장시간 과도한 노동(22.5%), 웹소설 업계 종사자는 작품 준비기간 수입 공백(24.4%)을 가장 힘든 점으로 지목했다. 

작가 업계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연씨는 1년 후 창작 노동만 주업으로 두는 것이 아닌 회사를 다니려고 하고 있다. 점차 나이가 들어갈 때를 대비해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소설·웹툰 등 창작 노동을 하는 이들 대부분이 유연씨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작가들은 창작 노동이 주업이지만 다른 일도 겸업하는 이유로 불규칙한 소득(33.3%)과 낮은 소득(33.3%)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는 고용 불안정(17.6%)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유연씨가 회사를 다니려고 하는 이유도 다 이 때문이었다. 

또한 정규직과 프리랜서 작가간의 격차도 그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익명을 요구한 4년 차 정규직 작가 A씨는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프리랜서 자체가 근무 방식 등이 안정적이지 않고 수입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회사에 입사해 일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프리랜서 작가의 경우 아르바이트, 외주 등을 겸업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례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워낙 업계에서 작가의 월급, 대우, 인식 등이 낮은 편이라 다수가 바라는 직종은 아니다”며 “더욱이 공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같이 일하는 PD 등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작업량에 비해 보수가 책정되지 않아 현재 청년들이 쉽게 작가를 꿈꿀 수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김유연씨가 모교를 방문해 과거 자신의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투데이신문
김유연씨가 모교를 방문해 과거 자신의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투데이신문

무한대의 꿈으로 쓴 ‘네버엔딩 스토리’

“예전에 아빠가 스치듯 ‘공무원 같은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셨을 때 좀 씁쓸했죠.”

항상 서로에 대해 아낌없는 응원을 주는 가족들이지만, 유연씨가 몇 번이고 고비에 부딪혀 힘들어할 때면 그의 아버지는 딸에 대한 걱정을 숨길 수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우려 반 진심 반으로 딸이 공무원과 같은 안정적인 직업을 해 계속 밝은 웃음을 유지하길 바랐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소중한 꿈을 지닌 채 달려갔던 유연씨에게는 그 말이 마치 사형선고처럼 느껴졌다. 누구보다도 자신을 응원했던 가족이 내린 가장 아픈 선고 말이다. 

씁쓸하고 울컥했지만, 그럴수록 그는 작가로서 제 능력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더욱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그날의 컨디션과 관계없이 최대한 일정한 작업량을 뽑아내기 위해 애썼고, 다음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기 위해 매일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예술인 고용보험, 예술인권리보장법 등 많은 법안이 제정·시행됐지만, 아직 피부로 와닿는 건 그리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는데 자신에게 돌아오는 보수는 너무 적어 행복한 미래를 꿈꿀 엄두도 나지 않았다. 분명 처음 펜을 잡았을 때는 가족들에게 돌려줄 감사함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도, 내 집 마련의 희망도, 내 자녀에 대한 애정도 모두 ‘김유연’이라는 사람의 스토리보드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결심마저 사라져 당장 내일의 이야기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다. 일정한 소득이 있지만 생계유지가 벅찬 그는 ‘애매한 가난’ 속에 가정의 부담을 줄 수도, 덜 수도 없었고 정부의 손길을 잡을 수도 뿌리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외톨이였다.

“떡볶이처럼 매콤하고 달콤하고 쫄깃한 로맨틱 코미디를 잘 쓰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유연씨는 작가가 된다는 것은 한 세계의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 바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전부 머릿속에 담아 둬야 인물들이 그 안에서 입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연씨는 더 마음을 넓게 가지기로 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알 수 없는 자신이라는 글을 완성해낼 계획이다. 

자꾸 고민만 하며 우울감에 빠지기엔 그는 맡은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어른이었다. 우선 올해 진행 중인 작품을 무사히 마무리지어야 했고, 내년 초 이후 론칭된 웹소설 작품 2개를 추가로 계약했기 때문에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앞으로도 쉬지 않아야 했다.

현재 청년들은 꽃이 피고 지는 사계절을 온전히 느끼지 못한다. 꽃을 피우기엔 아직도 춥고 시린 겨울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활짝 핀 꽃보다 앞을 먼저 봐야 했고, 녹음(綠陰)의 소리를 듣기 전에 쓴소리를 먼저 들어야 했다. 두 볼을 간질이는 바람보다 꿈에 대한 역풍에 마주해야 했고 추운 겨울보다 차갑고 시린 현실에 몸을 떨어야 했다. 이제는 꿈을 품고 미래를 빛내줄 청년들을 지켜줄 크고 단단한 울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들이 오롯이 청춘의 계절을 만끽할 수 있도록 말이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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