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친환경 포장재 도입…과대포장 아쉬움 여전
집중 단속 나선 정부·환경단체…영세기업 ‘사각지대’
전문가 “선물 ‘뿌리기식’ 아닌 실속적인 방안 필요해”

홈플러스 명절 선물세트 코너 ⓒ투데이신문
홈플러스 명절 선물세트 코너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효인 조유빈 기자】 ‘거품 포장’으로 논란이 많았던 추석명절 선물세트가 대대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반면, 명절 선물 문화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아직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추석을 앞두고 본보가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의 선물세트 제품을 살펴본 결과, 각 사에서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한 행보는 보였으나 일부 상품은 과대포장 사례가 확인됐다.

그동안 명절 선물에 대한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는 선물세트의 과대포장과 소재로 인해 쓰레기 배출량이 많은 데다 분리수거 또한 어렵다는 점 때문이었다.

예전부터 명절 선물에는 비닐 라벨, 비닐 코팅 상자, 플라스틱 트레이 등이 주요 포장 소재로 쓰이며 이중·삼중으로 겹겹이 과대 포장되는 사례들이 많았다. 이에 명절 선물세트 하나 풀 때마다 쓰레기도 한가득 나온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환경오염 이슈로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ESG경영(환경·사회구조·지배구조)이 소비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정부에서도 선물세트의 과대포장에 대한 규제에 나선 것.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ESG 경영에 대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형마트 3사에서도 명절 선물세트에 대한 소재를 개선하는 등 친환경 바람이 불어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마트 명절 선물세트 코너 ⓒ투데이신문
이마트 명절 선물세트 코너 ⓒ투데이신문

실제 대형마트 3사 가보니…제품 간격 줄고 소재 바뀐 명절 선물세트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순으로 선물세트가 모여 있는 판매 매장에 방문한 결과, 제품마다 뒷면 포장지 사이 간격이 줄어들고, 일부 소재는 종이 등 친환경 소재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대형마트에서는 ESG경영 강화를 위해 추석 선물세트 포장에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명절 선물세트 중 한우·수산세트에 물과 전분을 원료로 사용한 천연 아이스팩과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종이 포장재가 사용된다”며 “모든 세트에는 화학 잉크 대신 콩기름 잉크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 관계자는 “과일을 흐트러지지 않도록 고정하는 난좌를 친환경 소재로 교체했다”며 “비닐 라벨 등 플라스틱 포장재를 제거한 무라벨 스팸세트를 선보였으며, 식용유 선물세트에는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종이 포장재가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관계자 또한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상품을 보호하고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박스, 젤 아이스팩 등 포장재를 100% 친환경 소재로 전환했다”며 “상품 포장재가 종이로만 제작된 지함과 재활용이 가능한 R-PET(Recycled-Polyester) 원단으로 만든 가방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명절 선물세트 코너 ⓒ투데이신문
롯데마트 명절 선물세트 코너 ⓒ투데이신문

실제 대표적인 명절 선물세트인 식품이나 생활용품 세트를 살펴보니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사례가 눈에 띄었다. 과대포장을 방지하기 위해 제품 간의 간격 또한 촘촘해 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부 종이로 된 제품 외에는 모두 플라스틱 형틀 위에 진열된 형태를 띄는 만큼 불필요한 플라스틱이 발생하는 문제는 피하기 어려워 보였다.

명절 선물세트 중 일부 과일 세트의 경우 과일을 비닐로 감고 이를 플라스틱 상자로 또 한 번 개별 포장해 이중 포장이 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일부 곶감세트는 일일이 플라스틱 트레이에 개별포장돼 아쉬움을 남겼다.

종이 포장으로 이뤄진 제품도 있었지만 대신 과일의 간격이 많이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였다.

또 상품 특성에 따라 종이로 포장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으며, 포장을 하더라도 완충 작용을 위해 제품 간 간격을 띄우는 형태가 포착됐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상) 삼 선물세트 (하) 좌측부터 한과선물세트, 주류선물세트 ⓒ투데이신문
대형마트에 진열된 (상) 삼 선물세트 (하) 좌측부터 한과선물세트, 주류선물세트 ⓒ투데이신문

포장 재질도 중요하지만 과대 포장으로 간주되는 제품 간격 또한 무분별한 쓰레기를 만들 수 있는 문제점 중 하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도 필요해 보였다.

또 일부 인삼·산삼 세트의 경우에는 아직 보여주기식 포장이 남아있는 상품들이 눈에 띄었다. 어떤 제품은 초록색 이끼가 제품 상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추석 선물인 만큼 받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 더 풍성해 보이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역시 불필요한 쓰레기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보였다.

과대포장은 일부 한과나 주류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제품을 합쳐 포장할 수 있는 한과임에도 일일이 개별 플라스틱상자를 이용해 더 풍성하고 예쁘게 진열한 경우가 눈길을 끌었다.

주류 선물세트의 경우 천과 플라스틱, 발포 스티로폼 등의 소재가 한 번에 쓰여 재활용이 어려워 보였다.

전반적으로 과거와 비교하면 포장지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거나 물품 간격을 좁게 하는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포장이 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과일선물세트 ⓒ투데이신문
대형마트에 진열된 명절 과일 선물세트 ⓒ투데이신문

대형마트에 선물 쇼핑을 나왔다는 이모(29)씨는 여전히 “명절 때마다 선물을 사고는 있지만 사기 전부터 이 선물세트의 포장 쓰레기는 어떻게 버려질까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역시 쇼핑에 나선 서모씨(27)씨 또한 “아직 명절선물에서 나오는 포장은 불필요한 쓰레기가 많다”며 “사실 돈으로 주고 끝내고 싶은데 서운하다고 하실까봐 꾸역꾸역 사서 드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기업인식↑…영세기업은 여전히 ‘취약’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소규모로 운영되는 영세기업에서는 이런 과대포장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조차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친환경 행보에 적극 나서게 된 배경에는 ESG경영에 대한 소비자 관심과 함께 정부와 환경단체가 과대포장에 대한 단속을 하는 등 직접적으로 개입한 영향도 있다.

정부와 환경단체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과대포장 집중 단속에 나서고 있다. 환경부와 포장검사전문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은 포장 폐기물의 발생을 줄이기 위해 포장방법 기준 준수 대상인 산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협력해 왔다.

이번에도 환경부는 오는 16일까지 ‘추석 연휴 생활폐기물 관리대책’을 추진해 선물 포장재 과대포장과 쓰레기 무단투기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한국환경공단 등과 함께 연휴 기간 전후 재활용폐기물의 수거 상황 또한 살펴보기로 했다.

명절 선물 세트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명절 선물 세트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한국환경공단에서는 대형유통업체 등과 협의해 입점 상품에 대해 포장방법 기준을 준수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험성적서를 제출하도록 유도해 왔다.

그러나 소규모로 제품을 수입하거나 제조·판매하는 업체는 이러한 관리대책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에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소비자 응대에 익숙한 대형 업체들의 경우 제도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반면, 그렇지 못한 소규모 업체들은 관련 법령 정보에 대해 취약한 상태라는 얘기다.

실제 현장점검에서 검사명령을 받은 제품들을 살펴보면 소규모 업체에서 정해진 기준보다 2∼3배 이상의 포장공간비율을 보이는 등의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취약한 소규모 업체들도 제도 안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산업계와 협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최근 과대포장이 자원을 낭비하고 폐기물을 과다 발생시켜 처리를 어렵게 한다는 인식 변화로 인해 소비자도 포장이 과한 제품보다 내용물이 충실히 담긴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현장점검을 통해 과거와는 달리 포장횟수를 줄이고 포장공간 비율도 개선되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 기업에서도 포장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재활용이 용이한 재질로 변경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좌측부터 추석 명절을 앞두고 버려져 있는 스티로폼 박스들, 명절 택배가 몰린 물류센터  ⓒ투데이신문, 뉴시스
좌측부터 추석 명절을 앞두고 버려져 있는 스티로폼 박스들, 명절 택배가 몰린 물류센터  ⓒ투데이신문, 뉴시스

여전히 아쉬움 남는 명절 선물 과대포장…“선물 문화, 본질적인 한계점”

이처럼 명절 선물세트에 대한 과대포장은 전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 상품에 대한 포장 소재의 문제나 보여주기식 포장으로 인한 쓰레기 문제는 여전히 소비자 사이에서 아쉬움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는 본질적으로 명절 선물에 대한 전통적인 문화 자체에 한계점이 있으며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선물의 의미가 담긴 이상 포장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정부에서 과대포장 단속을 한다지만 일반 시민들이 느끼기에는 포장이 과도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종이 등 친환경 소재로 포장 재질을 바꾸는 방향으로 가야겠지만 본질적으로는 명절 선물 문화 자체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선물을 전자상품권이나 화폐로 전환하는 등 당사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실속 문화로 바꾸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관례이긴 하나 물질적으로 풍족한 현 상황에서 뿌리는 방식의 선물이 과연 옳은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며 “결국 만들어내지 않아도 될 선물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기후환경 시대에 맞지 않는 행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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