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협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및 외압 도구로 이용될 것”
이 장관 “치안 현장에서 변하는 것 없어...지원 인력 필요해”
행안부, 경찰 내부 반발에도 내달 2일 경찰국 출범 확정지어
대책단 “경찰국 강행 시 모든 행정적, 법률적 대응 나설 것”
경찰청, 경찰국 반대 참석자 처벌 나서기도…갈등 골 깊어져

지난 13일 서울시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경찰국 신설 추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지난 13일 서울시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경찰국 신설 추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유정 기자】 행정안전부가 경찰국 신설을 확정 지은 가운데 경찰 내부와 외부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은 지난 7월 15일 “헌법과 법률에서 부여한 행안부 장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치안감을 부서장으로 하는 ‘경찰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국은 1991년 경찰법 시행으로 행안부에서 경찰청으로 독립하면서 사라졌지만 31년 만에 다시 부활하게 됐다.

이에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관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으며 각 지역의 전국경찰직장협의회(이하 직협)는 성명서를 통해 반대 의견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경찰청이 지난 23일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리고 회의에 참석한 총경급 경찰관에 대해 감찰에 착수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 안팎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파괴”, “역사적 퇴행”, “전두환식 대응”이라는 날선 비난과 부정적 여론이 일어 경찰국 부활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일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경찰국 신설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한 뒤 삭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지난 6일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경찰국 신설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한 뒤 삭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내부선 ‘정치적 중립성 훼손·외압 도구’ 우려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은 지난 5월 취임과 동시에 ‘경찰 통제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를 구성, 지난달 21일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 등이 포함된 권고안을 발표했다.

자문위는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 관련 법령 제안, 소속 청장 지휘, 인사 제청, 수사 규정 개정 협의 등 다양한 권한이 있지만 행안부 내에는 이를 보좌할 조직이 없다”며 ‘경찰 지원 조직’ 신설 권고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자문위는 경찰의 민주적 관리·운영 방안으로 ▲행정안전부 내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 ▲행정안전부 장관의 소속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 제정 ▲경찰 인사절차의 투명화 ▲감찰 및 징계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자문위의 권고안이 발표되자 경찰청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 수립 이후 경찰제도에 대한 논의를 비롯한 경찰개혁은 정치적 중립과 민주적 통제라는 대명제에 입각해 이뤄져 왔다”며 “이번 권고안은 이러한 역사적 발전과정에 역행하며, 민주성·중립성·책임성이라는 경찰제도의 기본정신 또한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경찰 제도와 활동은 국민의 생명‧신체‧인권‧자유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 부작용은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직협도 같은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국 추진 철회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전달했다.

직협은 입장문을 통해 “경찰은 국민을 위해 민주적 통제 방식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며 “행안부의 경찰국 부활은 경찰 인사·감찰·징계 권한을 통해 과거 (내무부) 치안본부처럼 경찰을 통제하고 종속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중립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행안부의 경찰국 부활 추진을 즉각 철회하고 경찰 견제가 필요하다면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등 민주적인 통제 방법을 강구하라”며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해 독립성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으로 △국가경찰위원회를 독자적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실질화 △자치경찰제 이원화 △중대범죄 수사청 신설 등을 촉구했다

이달 4일에는 일선 경찰서 직협회장 3명이 릴레이 삭발에 나서기도 했다. 직협 민관기 전 회장은 이어 다음날 오전 10시부터 세종시 행정안전부 앞에서 열리는 집회에서 단식에 돌입했으나 3일 만에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직협은 “만약 행안부가 경찰의 민주적 관리와 운영을 진정 원했더라면 민주적 통제 방안인 국가경찰위원회의 위상 강화, 그리고 주도적으로 경찰 조직을 변화시킬 주체인 경찰의 의견, 국민과 시민단체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렴해 이를 추진했어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이 경찰제도 개선방안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br>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이 경찰제도 개선방안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내부 반발에도 출범 못 박은 행안부

경찰 내부의 격렬한 반발에도 행안부는 경찰청 신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일 이상민 장관은 광주경찰청을 방문해 경찰국 신설 방안을 놓고 일선 경찰들과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행안부 내 경찰국이 신설되더라도 치안 현장에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경찰에 대한 새로운 통제가 생기는 것도 전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또는 치안비서관실에 파견된 행정관 등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밀실에서 자료도 남기지 않고 경찰 인사 등을 했으나, 이는 헌법과 법률에 어긋나는 것이다”라며 “역대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잘못 운영해온 청와대의 직접적 경찰 지휘‧감독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행안부 장관이 권한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론회 이후에도 경찰 내부의 비판은 잦아들지 않았지만 이 장관은 이달 15일 브리핑을 통해 경찰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경찰국 공식 출범을 확정지었다.

이 장관은 “경찰국 내에는 총괄지원과, 인사지원과, 자치경찰지원과 등 3개 과가 설치되며 총 16명의 인력을 배치해 국장은 치안감이 맡고, 총괄지원과, 인사지원과, 자치경찰지원과 등 3개 과로 나눈다. 총 16명 중 12명은 경찰로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선안에 따르면, 경찰국장과 인사지원과장은 경찰공무원으로만 보임 가능하며 특히 인사 부서는 부서장을 포함한 전체 직원이 경찰공무원으로 이뤄진다.

행안부와 소속청(경찰청·소방청) 간의 협업 체계 구축을 위해 소속청장의 지휘 규칙이 제정되며, 지휘 규칙에는 ▲소속청의 중요 정책사항에 대한 승인 ▲사전 보고 및 보고와 예산 중 중요사항 보고 ▲ 법령 질의 결과 제출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또한 경찰제도 개선과 관련한 법률 제·개정 사항이나 심층 검토가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는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 설치되며 민간위원과 부처위원 총 13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에서는 사법·행정경찰 구분, 경찰대 개혁, 국가경찰위원회와 자치경찰제 개선 등의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며, 6개월 운영 후 필요시 6개월 연장될 수 있다

행안부는 이 밖에도 순경 등 일반 출신의 경찰 고위직 비중 확대, 정책 역량 강화와 승진 적체 해소를 위한 복수직급제 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등이 담긴 경찰 통제 최종안이 발표되자 직협 회장단은 지난 18일 입장문을 통해 “지휘부의 부당한 수사 지휘를 감시하고 보여주기식 치안 정책에는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행안부에서 발표한 경찰제도개선방안은 정부의 직접 통제가 갖는 위험성을 외면하고 있으며 경찰권을 사유화하려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경찰청장 인사권은 치안 책임 강화 측면에서 독립성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며 “지방분권화 시대를 역행하려는 중앙통제식 행안부 조치는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 경찰장악 저지 대책단도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기관 장악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수사기관 장악은 정부의 입맛대로 하고 싶은 수사만 하겠다는 정치보복 의지 표명이자, 대통령을 포함한 측근들 수사는 하지 않겠다는 의도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을 통한 경찰국 신설을 계속 강행할 시 행안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포함한 모든 행정적, 법률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주최자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 [사진제공=뉴시스]<br>
지난 23일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 주최자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 [사진제공=뉴시스]

‘반대 회의 참석자 처벌’ 경찰청 두고 비난 봇물

이러한 가운데 일선 경찰서장급 총경들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며 전체회의를 소집한 데에 대해 경찰청이 복무규정 위반 등을 내세워 엄정 조치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 총경급 간부들이 지난 23일 오후 2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고 경찰국 신설 대응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 주최 측에 따르면 전국 총경 190여명이 현장 및 영상으로 회의에 참석했으며 참석자 포함한 총 357명의 총경이 회의 장소로 무궁화꽃을 보내왔다.

이들은 “회의에서 많은 총경들이 행안부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이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우려를 나타했다”며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사안에 대해 국민, 전문가, 현장 경찰관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미흡했다는 비판도 있었다”며 "법령제정 절차를 당분간 보류하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경찰청은 ‘전국 경찰서장 회의’ 참석자에 대해 복무규정 위반 등 엄정하게 조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회의를 제안하고 개최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아울러 회의를 주도적으로 계획하거나 참석한 총경에 대해서도 추가로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이를 두고 야당은 “경찰중립 논의에 정부여당이 전두환식 대응을 하고 있다”고 강력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서장 협의회를 만들고 경찰의 중립성을 논의하는 움직임에 대해서 전두환 정권식 경고와 직위 해제로 대응한 것에 대해 대단히 분노한다”며 “평검사 회의는 되고 검사장급 회의는 되는데 왜 경찰서장 회의가 안 되는 것이냐. 이게 징계받을 사안이냐”고 말했다.

제21대 후반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를 맡은 민주당 김교흥 의원도 “엄정한 조치가 필요한 것은 경찰서장 회의 참석자가 아니라 퇴행적인 경찰장악을 시도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권력에 부역하는 윤희근 경찰청장 내정자”라고 지적했다.

같은당 강병원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겠다”며 “사유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파괴의 절정인 ‘경찰국 설치’”라고 했다.

경찰국 출범이 8월 2일로 예고된 상태에서 경찰 내부와 외부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일련의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현장에서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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