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31일 화요일

울리히 브뢰클링의 <기업가적 자아>를 읽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현대인의 자아 정체성을 어떻게 조형(造形)하는가를 살펴보는 사회과학 서적이다. 주제는 여기저기서 이미 자주 다루었기에 진부하게 들리지만, 여전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날카롭게 묘파하고 있다(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는 다소 버거운 대목들이 있다). 기업가적 자아는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자아 모델과 삶의 방식이다. 나아가 저자는 이를 현대인에 대한 “통치 프로그램”(15쪽)으로까지 이해한다.

미셸 푸코, 신자유주의의 예언자

<기업가적 자아>라는 제목은 명백히 미셸 푸코의 영향을 보여준다. 한국을 포함하여 전세계 인문학계에 그는 깊은 흔적을 남겼다. 교양 독자라면, 그의 책을 한두 권 정도는 펼쳐보게 마련이다. <감시와 처벌>(나남)이나 <성의 역사 (1-3)>(나남) 정도는 거의 다 떠들쳐보셨을 줄 안다. 읽다 보면, 충분히 재미도 있고, 예리한 통찰도 얻게 된다.

그러나 푸코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쌓인 독자라면, 후기 푸코의 사상이 날것으로 담겨있는 강의록으로 나아가게 마련이다. 특히 지금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는 강의록은 <생명관리정치의 탄생>(난장)으로, -독일의 질서 자유주의와 미국의 시카고 학파 등- 신자유주의의 맥락과 –경쟁, 시장 전면화, 인적 자본론이라고 하는- 신자유주의 특성을 톺아본다.

전통적 자유주의의 핵심이 자유(방임)에 있다면, 새로운(新) 자유주의의 핵심은 경쟁에 있다. 원래 자유주의의 국가상은 야경(夜警) 국가다. 치안과 국방에 초점을 맞추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수호하는 것이 국가의 중심 기능인 것이다. 반면 신자유주의는 기업화와 경쟁 질서를 모든 영역에서 강행하며, 나아가 국가 자체의 기업화를 지향하는 국가를 표방한다.

푸코는 여기서 근대의 자유주의가 상정하는 경제적 인간(호모 에코노미쿠스)을 현대의 신자유주의가 상정하는 기업가적 자아, 즉 “자기 자신의 경영자”로 재해석한다. 이 개념의 등장은 게리 베커의 인적자본론에 대한 논의에 기초한다.

고전적 개념으로서의 호모 에코노미쿠스가 지시하는 대상은 교환 절차 속에 있는 생산자와 소비자다. 반면 신자유주의에서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교환의 상대방이 아니다.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기업가, 그것도 자기 자신의 기업가다. “자기 자신과 관련해 분할된 자”(320쪽), 즉 하나의 자아가 생산자와 소비자로 분리된다는 뜻이다.

“모든 노동자는 자신의 향상을 위해 자기에게 투자하고 자기의 비용을 관리하는 ‘자기 자신의 기업가’여야 한다. 신자유주의적 통치에서 규범을 내면화해 자기를 통제하는 규율적 주체는 자기를 투자의 대상으로서 관리하는 ‘자기 자신의 기업가’, 요컨대 시장 원리를 내면화해 자기를 통제하는 경제 주체로 변형되어 예속된다.”(462쪽)

이렇게 푸코는 게리 베커의 인적자본론에 주목한다. 아직 신자유주의가 국가적 차원에서 적용되기도 전에 그는 이미 신자유주의의 핵심을 간파했다. 푸코가 에이즈로 이른 죽음을 맞지만 않았다면,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통치성 학파가 후기 푸코의 문제의식을 계승하여 연구를 발전시키고 있고, 『기업가적 자아』의 저자(울리히 브뢰클링)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신자유주의의 주체화 과정, 즉 ‘기업가적 자아’라는 통치성 프로그램에 대해 천착하고 있다.

기업가적 자아란 무엇인가

기업가적 자아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가라는 개념을 살펴봐야 한다. 기업가, 기업인은 조직인(organization man)과 대비된다. 조직인은 관료주의를 지향하며, 기업가는 효율성을 추구한다. 경쟁과 혁신도 결국 효율성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효율성 추구의 강박이 기업에서 시작하여 이제 개인의 일상과 가정, 그리고 정부와 학교 등 모든 영역을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기업가 정신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일 이를 증명한다. 개인의 일상과 조직의 구조를 재구성하는 기본 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한 자기 자신에 대한 끝없는 착취는 “탈진한 자아”(335쪽)로 귀결된다. 무한 경쟁과 영구 혁신의 강박은 현대인에게 헬게이트를 열어준다. 『피로사회』라는 책이 널리 읽히고, 힐링과 소확행이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잡은 이유다.

기업가는 크게 네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 첫째로, 투기적 이득 기회의 기민하게 파악하고 적절하게 활용한다(활용가). 둘째로, 창조적 파괴를 추구한다(개혁자). 셋째로, 불확실성을 기꺼이 감수한다(모험가). 넷째로, 생산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조율하여 최적화를 추구한다(관리자). 바로 이게 기업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이를 적절히 수행하지 못하면 경쟁자에게 추월당하며, 심지어 바닥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

우리의 자아도 이러한 수행의 요구를 회피할 수가 없게 되었다. “기업가적 자아는 모범상일 뿐만 아니라 공포상이기도 하다. 모두가 되어야 하는 동시에 모두를 위협하는 것이다.”(151쪽) 자신(1인 기업)을 온전히 관리하는 데에 실패한다면 사회라는 이름의 치열한 전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기업가적 정신의 미덕을 계속 발전시켜가야 한다.

현대인은 이제 무의식 가운데 기업가 정신으로 살라고 하는 정언명령에 복종하고 있다. 혁신(리노베이션)이 얼마나 우리에게 익숙해져있는가. 자기 주도성도 마찬가지다. 어린 아이조차도 이제 자기주도적 학습이라는 버거운 짐을 짊어지는 세상이 되었다. “자기 이니셔티브와 자기 책임, 즉 기업가다운 것은 사회에서 강력하게 발휘되어야 한다.”(14쪽)

기업가적 자아는 어떻게 통치 프로그램이 되었는가

저자가 강조하듯 기업가적 자아는 거대한 통치 프로그램이다. 이를 외부의 강요가 아니라 우리의 자원으로 이루어지게 만들고자 여러 장치가 활용되는 중이다. 이를 보여주고자 브뢰클링은 3장(“합리성”)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시장의 진리: 신자유주의의 단면’ 파트에서 게리 베커의 인적 자본론이나 하이에크의 진화적 접근을 주목한다. 베커나 하이에크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다.

하지만 브뢰클링의 시선은 경제학적 논의에 머물지 않고 곧바로 일상과 사회 전반으로 나아간다. 4장(“전략과 프로그램”)이 바로 이에 주목한다. 분량으로 보면, 책의 절반에 해당한다. 여기서 그가 제시하는 네 가지 핵심 용어는 창의성, 역량강화, 품질, 프로젝트다. 각각의 개념마다 여러 사례들을 들어가며 설명하기에 앞부분에 비교적 잘 읽힌다. 경영학이나 자기계발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단지 마지막 개념에 대해서는 별도로 설명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이는 매체 사상가인 빌렘 플루서에 의한 것으로, 현대인은 “주체에서 프로젝트로”(288쪽) 바뀐다. 이미 닫혀있고 고정되어 있는 과거 아래에 있는 주체(sub-ject/눕다)로서의 인간관이 이제는 역동적으로 열려있는 미래로 던져진 기획(pro-ject/던지다)으로서의 인간관으로 대체된 것이다.

<strong>바벨 도서관의 사서</strong><br>인간은 세우고 신은 허문다.<br>인간의 지식 탐구는 끝이 없는 수고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앎에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br>나 역시 마찬가지다.<br>나의 소박한 지적 탐구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br>
바벨 도서관의 사서
인간은 세우고 신은 허문다.
인간의 지식 탐구는 끝이 없는 수고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앎에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의 소박한 지적 탐구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이제 우리 시대의 자아는 과거의 기억과 유산에 속박되지 않고, 미래의 전망과 가능성으로 추동된다. 문제는 이러한 가능성(의 실현)이 당위성으로 변질되었다는 데에 있다. 앞서 말한 대로, 그 반작용으로 힐링과 소확행이 유행하게 되었다. 그렇게 보면 『기업가적 자아』의 논의는 이미 진부해진 것이다. 한 면으로 비판적으로 빈번하게 다뤄서기도 하지만, 다른 한 면으로 많은 이들이 대안을 추구하고 있어서기도 하다.

문제는 기업가적 자아라고 하는 통치 프로그램의 영향을 온전히 벗어났느냐에 있다. 내가 보기에 치유와 작은 행복을 꿈꾸는 열풍은 이 통치 프로그램이 여전히 우리를 추동하고 있다는 반증에 불과하다.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진정한 꿈과 비전조차 사라지게 만든다. 아이들이 공무원과 건물주를 꿈꾸고 있다. 어린이의 꿈조차 효율성에 지배되어 납작해져버렸다. 그러므로 더 성찰하고 더 비판해야 한다.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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