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의 해방일지> 조태훈 役 배우 이기우
건조한 조태훈, 염기정 만난 후 밝아지고 유연해져
시청자는 드라마 전문가, 연기자보다 캐릭터 파악
10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사람 좋은 배우로 남고파

배우 이기우와 그의 반려견 테디 [사진제공=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
배우 이기우와 그의 반려견 테디 [사진제공=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

【투데이신문 조유빈 기자】 - “제가 비록 이혼했지만, 제 인생에서 제일 잘한 게 결혼이에요. 어딜가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를 만나겠어요.” <나의해방일지> 1화 中  조태훈이 염기정에게

- “엄마 아빠 돌아가시고 나서 저한테 약하다는 느낌이 생긴 거 같아요” <나의해방일지> 7화 中 조태훈의 해방일지

JTBC 주말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지난 29일 막을 내렸다. 견딜 수 없이 촌스러운 삼남매의 사랑스러운 행복 소생기를 그린 해당 작품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 속 유명한 대사 중 하나인 “나를 추앙해요”라는 대사는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화제성을 모으기도 했다.

극중 이기우 배우는 염미정(김지원 배우)의 직장동료이자, 해방클럽 멤버인 조태훈 역을 맡았다. 이혼 후 홀로 딸을 키우는 ‘싱글 대디’인 조태훈은 염기정(이엘 배우)을 만나 연인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를 성공적으로 소화해 낸 이기우 배우는 자상하고 신중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특히 직장인으로서, 딸을 키우는 아빠로서 쉴 틈 없이 생활하는 조태훈 역에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했다는 평가다.

지난 5월 26일 <투데이신문>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이기우 배우를 만나 그의 연기 인생과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배우 이기우 [사진제공=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
배우 이기우 [사진제공=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

Q. <나의 해방일지>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제 인생 드라마가 박해영 작가님의 <나의 아저씨>였다. <나의 해방일지> 또한 같은 작가님의 작품이란 것을 알고 많은 기대를 했다. 극본이 다른 때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책을 빨리 읽는 편이 아닌데도 무려 5‧6회 분량을 쉬지 않고 쭉 읽었다.극중 캐릭터에 대한 묘사들이 사실적으로 표현된 데다 사람 냄새가 난다고 느꼈다. 그래서 분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무조건 하겠다고 답했다.

Q. 극중 연기했던 ‘조태훈’ 역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는지.

처음 만난 조태훈은 자기만의 색깔이 없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달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흐릿하다는 느낌이었다. 김석윤 감독님이 조태훈이란 사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접근해보자고 말했다. 태훈의 표현은 매사 짤막하다.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도 많은 공부가 됐다.

이제는 태훈이 가볍지 않고 진중하고 남자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감정표현 하는데 있어서도 신중하다. 스스로 결론을 내놓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그 표현을 상대방이 오해하지 않게끔 타이밍을 잘 잡으려고 한다. 태훈을 둘러싼 환경이 그를 더 신중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Q. 극중 인물과 실제 이기우 배우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저는 태훈처럼 가정과 아이가 없다는 것이 가장 다른 점인 듯 하다. 그러나 태훈이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어려움에 처한 현실을 견뎌내는 부분에서는 공통점을 느꼈다. 아울러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에 대해 오해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부분도 닮았다. 실제 저 또한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편이다.

Q. 조태훈을 연기할 때 시청자에게 전달하고팠던 포인트가 있는지.

조태훈은 극 초반부터 딱딱하고 건조한 모습을 보였다. 이혼남에 아이가 딸린 ‘싱글대디’라는 틀에 스스로,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갇혀있는 인물이다. 그런 태훈이 염기정과의 만남을 계기로 많이 밝고 유연해지면서 색깔이 서서히 바뀌어가는 부분에 집중해 줬으면 좋겠다.

Q. 미혼으로서 딸 가진 싱글대디에 대한 감정 표현이 쉽지 않았을 텐데.

실제로 열 살짜리 아이를 둔 친구를 통해 태훈의 모습을 많이 봤던 것 같다. 하고 싶은 것도, 욕심도 많았던 친구였는데 가족과 딸 때문에 참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전에 비해 표정이 많이 없어졌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원래 저는 잘 웃고 긍정적인 성격이지만 태훈을 연기할 때만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하고 표현도 절약해서 했다. 감독님도 그 부분을 강조했기에 극 중 염기정에게 애써 흔들리지 않으려는 모습을 표현하기도 했다.

Q. 이기우 배우가 실제 해방일지를 쓴다면 어떤 내용이 들어갈 것 같은지.

극중 조태훈은 약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썼는데, 저 또한 마찬가지다. 20년 동안 연기를 하면서 자기 자리를 이미 탄탄히 마련해놓은 친구들이 많기에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신감이 떨어질 때가 많았다. 유치한 얘기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마냥 무시하기에는 불안함을 느꼈다. 제게 있어서는 그런 물질적이고 외향적인 것이 스스로 약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들이다. 하지만 동시에 여기서 자유로워져서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포장지만 화려한 어른이 아니라 속에 든 것이 멋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Q. 러브라인을 이뤘던 염기정 역을 맡은 이엘 배우와의 합도 궁금하다.

제가 여배우 울렁증이 있다. 남자 형제만 있고 대학 가서도 운동을 좋아해서 남자들하고만 어울리다보니, 여성을 대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여성의 심리를 잘 아는 친구가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엘씨하고는 계속 작품을 같이한 것처럼 친근하다고 느꼈다. 실제로 이엘씨는 기정의 성격처럼 현장에서도 밝고 씩씩해 농담도 잘 주고 받았다.

Q. 극중 비일상적 단어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연기 중 어려움은 없었는지.

드라마 속에서 ‘나의 해방’, ‘추앙’, ‘제가 할게요, 아무나’, ‘그럽시다’ 등 평소에 잘 쓰이지 않는 말들이 많이 등장한다. 보통 연기를 할 때는 배우가 스스로 익숙한 말로 바꿔서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워낙 감독님이나 배우들이 작가님에 대한 믿음이 깊었던 만큼, 설령 연기하기 어색한 단어라 해도 그대로 소화해 연기했다. 결과적으로 어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그것이 실제로 좋은 결과로 돌아온 것 같다.

배우 이기우 [사진제공=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br>
배우 이기우 [사진제공=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

Q. 촬영 중 보람을 느꼈던 순간, 혹은 장면을 꼽는다면.

촬영 중 보람을 느낀 순간을 꼽는다면, 11화에서 급하게 차를 빼고 돌아온 태훈을 보고 기정이 “좀 쉬세요” 했을 때, 작은 소리로 “예?” 하고 대답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지 많이 연구했던 기억이 있다. 태훈은 몇 십 년 동안 쉬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쉬라는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될지 몰랐고, 물음표를 던지는 게 호흡처럼 툭 튀어나왔다. 연기자의 입장에서 그 장면은 스스로 숙제를 잘 해결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Q. <나의 해방일지>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나의 해방일지>의 시청자 분들은 드라마의 전문가다. 태훈의 표현이 짧고 간결해 시청자들에게 부가적으로 설명하고 싶은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청자 분들이 연기자인 저보다 더 태훈이란 캐릭터를 깊이 봐주셨다. 드라마 실시간 댓글을 많이 챙겨보는 편인데, 캐릭터 하나하나 심도 있게 보고 계신 걸 느낄 수 있었다.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회사에서 좋은 사람은 떠나고 나쁜 사람들만 남는다는 말에 공감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직장인의 애환 등 여러 에피소드에 공감하는 리뷰들을 봤을 때는 배우로서 큰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아울러 14화에서 염가네 어머니를 화장한 뒤 인공관절만 남아있던 장면에 대한 소감을 개인 SNS에 올리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DM(Direct Message)도 많이 받았다.

Q. <나의 해방일지>에 나오는 대사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대사는.

미정의 “죽어서 가는 천국 따위 필요 없어. 살아서 천국을 볼 거야”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와닿는 대사였다. 저는 느끼고 즐기고 경험할 수 있을 때 다 품어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특히 요즘 주변에서 가까운 지인들이 사고를 겪기도 했고, 제가 존경하는 배우나 스포츠 스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일을 경험하면서 우리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되도록 많은 경험을 해서 차곡차곡 좋은 기억들로 남겨가고 싶다.

Q. 이밖에도 연기 도중 생긴 비하인드 스토리가 특별히 있는지.

기정이 놀러와 단 둘이서 맥주를 마시는 장면에서 맥주를 땄더니 그대로 흘러넘쳐 버린 적이 있는데 그것을 실제로 입에 가져다 댈 뻔했다. 거의 입이 닿기 직전에 멈췄다. 현장 분위기에서는 재미있었지만 아무래도 태훈의 이미지상 너무 어색한 모습이 될 것 같아 편집됐다.

Q. <나의 해방일지>에서 조태훈 외에 욕심나는 역할이 있었는지.

다음에는 ‘구씨’나 ‘염창희’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구씨 같은 경우 의외로 멋진 모습으로 등장했던 만큼 나도 운동하고 목 늘어난 티셔츠 입고 나오고 싶었다. 창희는 주변에 그런 동생이 있으면 심심하지 않을 것 같다. 반듯하지 않고 유연하고 까불 수 있는 역할을 해 보고 싶다. 비록 이미지가 망가진다 해도 행복할 것 같다.

Q. 종영한 <나의 해방일지>에 대해 회고해 본다면.

태훈은 제게 너무 고맙고 좋은 역할이었다. 드라마 자체가 시청자들과 닿아있는 부분이 많다. 다수의 사랑과 공감을 받으면서 저 또한 보람을 많이 느꼈다. 또 감독님에게도 현장에 갈 때마다 감사했던 것이 밝은 분위기로 이끌어 가고 인상 한 번 안 찌푸리셨다. 배우들이 몇 회차 남았는지도 일일이 기억해, 촬영이 얼마 안 남았을 때는 많이 아쉬워해주셨다. 작은 역할이든 큰 역할이든 현장에 있는 배우들을 다 존중해주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Q. 10년이 흐른 후에는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지.

그때도 사람 좋은 배우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물론 배우로서 커리어를 쌓고 거창하게 뭔가를 이루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항상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면서 지금처럼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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