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의 원인 저마다 달라…사회적 인식 개선 우선
더욱 취약한 여성 노숙인, 관련 지원 시설 많아져야
정보 취약계층 노숙인 겨냥한 직접적인 지원책 필요
사회 안전망의 불평등…더욱 많은 젊은 노숙인 초래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홈리스 문제 해결을 위해 뭉쳤다. ‘갈매기도 집이 있다’ 시리즈와 현재 젊은 홈리스들이 처한 현실을 살펴본 전문가들은 현 정책과 우리 사회가 홈리스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빈곤은 점차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권리마저 박탈당한 홈리스들에겐 더욱 가혹하게 다가온다. 오랫동안 이어진 노숙인 복지정책에도 불구하고 노숙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거리에 하나, 둘 늘어나는 젊은 노숙인들과 그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투데이신문>은 홈리스 관련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현 문제점들과 해결을 위한 의견을 들어봤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결책들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모두가 바삐 움직이는 지하철 역사 내, 와이파이에 의지한 채 휴대폰을 바라보는 젊은 노숙인이 앉아있다.
모두가 바삐 움직이는 지하철 역사 내, 와이파이에 의지한 채 휴대폰을 바라보는 젊은 노숙인이 앉아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속에서 이른바 ‘코로나19 노숙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노숙인의 증가는 1990년대 후반 IMF와 2000년대 초반 신용불량 급증 사태 등 전반적 경제 상황과 관련이 깊었다. 최근 노숙인 증가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임시·일용직 노동자가 실직하거나 소득감소가 이어짐에 따른 여파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019년 보건복지부 통계 기준 전국 노숙인 등은 1만6516명에 달했으며, 특히 서울은 9759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노숙인이 존재했다. 

복지부는 노숙인 복지와 자립 지원을 위해 5년마다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와 종합계획 수립·시행을 하고 있다. 이어 거리, 일시보호시설, 자활시설, 재활·요양시설, 쪽방 거주자만 지자체에서 취합한 현황을 담아 ‘노숙인 등의 복지사업안내’를 매년 발간한다. 

하지만 복지부의 통계의 경우 비숙박용 다중이용업소를 잠자리로 활용하는 노숙인을 집계하지 않아 실제 노숙인의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현행법상 노숙인 등을 18세 이상인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어 실제 노숙을 하고 있는 18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아 허점이 있다. 

이에 본보는 홈리스 관련 전문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재훈 교수, 국회 입법조사처 허민숙 조사관 , 프레이포유 손은식 목사, 정의당 권수정 서울시의원을 만나 앞으로 국내 홈리스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양한 원인의 젊은 노숙, 사회적 안전망은 허술

멈출 줄 모르는 코로나19 재확산에 국내 경제까지 얼어붙으면서 가진 것 없는 노숙인들은 말 그대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노숙인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코로나19 방역이라는 이유로 축소되거나 사라졌다. 가뭄에 콩나듯 생기던 일자리 마저 자취를 감췄다. 그 결과, 거리 곳곳에 하나 둘 젊은 노숙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노숙인들의 등장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봤다. 그러나 젊은 노숙인들이 젊다는 이유로 국가적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특히 가뜩이나 허술한 사회적 안전망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허술해졌다며 입을 모았다.

“영화 <소공녀>는 모두가 앞만 보고 경쟁과 업적, 그리고 보상을 욕망하며 달려 나갈 때 주인공 미소는 담배 하나 물고 위스키를 마시면서 반대 방향으로 유유히 걸어가는 장면으로 영화 끝을 맺는다. 현재 젊은 노숙인들이 증가하는 것도 주거에 모든 것을 거는 기성세대와대는 다른 청년세대의 가치관이 반영된 현상일 듯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자기 몸 하나 의지할 공간을 마련할 수 없을 만큼 청년에게 힘들어진 주택시장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1990년대까지 ‘선 가정 후 사회보장’이 국가적 표어이기도 했다. 아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을 할 때에는 문제가 덜 심각할 수 있다. 문제는 자존감 때문에 혹은 기준을 조금 넘는 소득으로 인해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에 머물 경우 국가로부터 아무런 도움이 받을 수 없는 현실이다.” 서울여대 정재훈 사회복지학과 교수(이하 정)

“청소년 혹은 청년 노숙인의 증가는 가정해체와 관련 있다고 본다. 무관심한 부모에 의해 방치된 청소년들이나 집에서 쫓겨난 청소년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은 전혀 촘촘하지 않다.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한 이미지는 ‘불량 청소년’ 혹은 ‘비행 청소년’ 등처럼 부정적이다. 이런 이미지 탓에 그들이 가정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관심이 적고, 비난하는 시선이 더 크다. 집이 안전하고 편안하며, 보호자로부터 사랑받는다면 가출할 청소년은 적을 것이다. 가출 청소년의 상당수가 폭력 피해자이며, 최근에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부모로부터 외면당하는 경우도 있다. 거리가 안전하지 않음에도 집보다는 낫다고 느낀 청소년들이 가출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갈 곳이 없으므로, 폭력이 난무하는 가정에서 일상을 버텨야 하는 청소년들이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 국회 입법조사처 허민숙 조사관 (이하 허)

“각자 다양한 원인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보육원을 나와서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도 있고, 편부모나 조부모와 함께 지내다 제대로 돌봄이 이뤄지지 않아 노숙하는 경우도 있다. 어려서부터 가족의 해체로 거리를 전전하는 사례도 존재했다. 요즘에는 불안한 경기로 운영하는 사업체나 다니던 직장이 망하거나 없어졌는데, 차마 집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던 성인들이 거리 생활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는 거 같다. 이런 현상을 미뤄 봤을 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가정이 불우한 젊은 세대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은 전혀 촘촘하지 않다는 것이다” 프레이포유 손은식  목사 (이하 손)

“가난과 빈곤을 젊음이 버티지 못하는 사회가 됐다. 사회 불평등 격차는 심각해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손 놓고 있다. 인간으로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튼튼하게 만들지 않음으로써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하는 존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청년들의 일자리, 특히 여성의 일자리는 대단히 취약하며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쫓겨나는 존재가 된다. 학생의 위치도 가능하지 않은 사회적 불평등을 몸소 겪는 존재들이 늘고 있다. 노동의 가치보다 금융자산에 몰두하는 사회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의 준말)로 그 경로에 탑승했다가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주거, 의료, 관계망, 먹거리, 교육, 일자리 등 하나의 요소로만 삶을 지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시민에게는 통합적인 지원이 닿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 빈곤은 해결하기 어렵다고 해서 손을 놓을 수 있는 사회문제가 아니다. 사회위험은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그 피해도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빈곤은 우리 모두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정의당 권수정 서울시의원 (이하 권)

노숙인의 팔에 볼펜으로 쓰여진 숫자 45.
취재 도중 만난 노숙인의 팔에 볼펜으로 쓰여진 숫자 45. 무료급식 대기표가 따로 없자 팔에 볼펜으로 대기순번을 작성했다.ⓒ투데이신문

한 끼 먹고자 매춘에 연루 되기도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 노숙인은 한 끼를 해결할 돈을 벌기 위해 매춘에도 연루됐다. 좀도둑이라는 사회적 낙인과 온전치 않은 정신탓에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었기에 선택한 방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여성 노숙인을 위한 주거지원이 가장 우선으로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에 성매매 자활 지원센터가 있다. 자활 지원센터의 아웃리치(대외활동) 기능 확대를 통해 이들 여성을 보호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 센터 인력 및 예산을 청년 여성 노숙인 중심으로 별도 편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주거 지원이다. 당장 그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 이후 상담, 치료 등 서비스 지원이 함께해야 한다. 이 모든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주거지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