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면접서 인맥 동원한 부정채용 의혹 제기돼
불공정 행위 아니라지만...무너진 ‘공정 사회’ 신뢰성
구직자 “취업 어려운데 맥 빠져” 심리적 박탈감 느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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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진선우 기자】 공공기관에서 부정 채용 의혹이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어 취업을 앞둔 지원자들의 허탈감이 커지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과 강릉관광개발공사, 스포츠윤리센터 등에서 인사 담당자의 면접 관여, 지인 특혜 등 각종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된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문재인 정부는 공정사회 구현을 외치며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를 완전히 뿌리뽑을 때까지 매년 전수점검을 계속 하겠다”고 밝혀왔다. 무엇보다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부정채용 의혹이 불거진 만큼 국민의 신뢰와 믿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이들 기관은 인사채용 과정에서 채용비리는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취업에 내몰린 청년들의 한숨만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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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담당자가 면접 결과에 관여?

최근 금융위원회 산하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인사 담당자가 면접결과에 관여해 최종합격자가 바뀌는 등 채용 관련 문제가 드러났다.

서민금융진흥원과 <뉴데일리 경제> 보도 등에 따르면, 서민금융진흥원은 지난해 6월 29일 신입사원 33명과 경력직 6명을 채용하는 모집 절차를 진행했다. 블라인드 방식의 열린 채용, 필수 어학요건의 폐지, AI역량검사의 도입 등 효율성과 공정성을 이유로 다양한 인사 기준이 검토됐다.

그러나 업무지원직(6급) 비서 채용 면접 과정에서 인사 담당자 개입 의혹이 일면서 공정성·투명성이 중요한 금융 공공기관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채용 면접 전, 감사실 직원이 배석하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채용과정에서 당시 인사실장이었던 A씨는 직원들과 함께 면접에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문제는 면접 심사가 끝난 후 인사 담당자의 개인적인 의견이 면접자 점수에 반영되면서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합격자가 탈락해 최종합격자가 뒤바뀌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에 당시 감사실은 채용문제를 발견하고 ‘징계심의를 위한 인사위원회(이하 인사위)’를 개최해 해당 인사 담당자에게 업무배제 및 타부서 발령을 비롯한 감봉 3개월 중징계를 결정했다. 다만 인사청탁과 같은 비리는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후폭풍은 계속 이어졌다. 징계처리와 동시에 피해자 구제가 진행됐으나 이러한 사실을 모른채 뽑힌 최종 합격자 역시 채용이 취소되지 않고 근무 중에 있어 자격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의 관계자는 “감사 과정에서 심각한 사안으로 판단되지 않아 채용취소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영문을 몰랐던 기존 입사자 역시 또 다른 피해를 받을 수 있어 이처럼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채용비리’, ‘내부통제 부실’과는 관계가 없다”며 “오히려 내부통제 시스템이 정상 가동해 문제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인사 담당자 개입은 있었으나 청탁은 없었고, 불이익을 받은 합격자는 입사해 일하고 있으니 문제가 없다는 게 서민금융진흥원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관련 비난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 담당자와의 친분 작용했나

지방공기업인 강릉관광개발공사에서 실시한 직원(현업직) 블라인드 공개채용과 관련해서도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강릉시에 부정채용과 관련한 민원이 제기됐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채용공고는 국민체육센터 운영관련 사무행정 수납안내 2명과 시설관리 담당 직원 1명을 포함해 총 3명을 선발하는 내용으로 서류와 면접전형을 통해 이뤄졌다. 서류는 5배수로 진행됐으며 면접에선 최종 10명 중 2명을 선발해 5대1 경쟁률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합격자 발표가 난 후 불합격한 지원자가 직무능력 적합성과 형평성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합격자의 경력과 능력, 기존 인사 담당자와의 직접적인 친분 등을 이유로 인사 담당자를 권익위와 강릉시에 고발한 것이다.

이에 강릉시는 강릉관광개발공사의 채용과정에 대해 감사를 진행했다. 다만 감사결과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후 합격자는 ‘임용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임용을 포기한 이유는 채용문제와 별개로 개인 사유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 측은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해 추가합격자를 발표했다.

공사 관계자는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해 채용에 영향을 줄 수 없다”며 “해당 사건은 특혜 채용과 거리가 멀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채용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는 모두 개선할 계획”이라며 “면접의 경우 내부 직원 2명과 외부 직원 3명이 진행하고 있는데 면접 인원을 모두 외부 직원으로 채우면 한정된 예산으로 어려움이 많기에 채용 시스템 역시 다시 고민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특혜 채용 의혹을 받은 합격자가 임용을 포기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고 볼 수 있지만 채용 과정의 형평성과 공정성 문제는 여전히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지난해 8월 5일 체육계 인권보호와 스포츠비리 근절을 위해 스포츠윤리센터가 설립됐다. ⓒ뉴시스
지난해 8월 5일 체육계 인권보호와 스포츠비리 근절을 위해 스포츠윤리센터가 설립됐다. ⓒ뉴시스

이상한(?) 심사 기준·면접 과정…불공정 절차 논란

체육의 공정성 확보와 스포츠 인권침해 및 비리 근절을 위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에서도 면접 채용 과정에서 ‘불공정 부당개입’ 의혹이 일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해 12월 사무국장, 조사관, 변호사 등 총 6명(일반직 4명, 전문직 2명)을 선발하는 ‘2020년 제2차 스포츠윤리센터 직원 공개경쟁 채용’을 진행했다.

하지만 스포츠윤리센터 바른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이번 채용과 관련해 “심사 기준과 면접 과정 두 부분에서 모두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노조 관계자는 인사혁신처의 채용 지침을 예로 들며 “스포츠윤리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산하 독립법인으로 공기업·정부기관이 적용 받는 채용 지침을 엄격히 따라야하나 이번 채용에선 필기전형이 배제됐다”며 “면접도 특정 인사위원회의 관리·감독 없이 무차별적으로 채용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면접위원의 경우 무작위 추첨을 통해 인원이 선발돼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사장이 면접위원단을 조정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며 “이는 마치 게임 도중에 게임 룰을 바꾸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또한 “면접이 2시에 시작해야 하는데 30분이 지연돼 면접이 진행됐다”며 “그 사이 면접 전에 이사장이 면접위원들과 접견을 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스포츠윤리센터 측은 이번 채용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스포츠윤리센터 관계자는 면접 지연에 대해 “중요한 자리를 선발하는 면접이기에 이사장이 면접위원단에게 조직의 성격, 인재상 등 채용 관련 내용을 안내하다 보니 면접이 늦게 진행됐다”며 “면접위원단 역시 어려운 면접 자리에 부담을 조금 느껴서 면접과 관련해 질문·질의 시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무작위 추첨으로 외부 면접위원단을 선발하다 보니 면접관들이 관련 기관의 정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면접과 관련된 주의·유의사항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이지, 접견을 위해 마련된 자리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면접 지연 문제와 관련해서는 “센터 설립 후 채용 과정은 초기 단계란 점에서 시간 고려가 미흡했다”며 “향후에는 문제가 됐던 부분을 보완해 면접 지연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사장의 면접위원단 조정 시도 주장에 대해선 “센터 내에 내부 응시자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고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인력풀 외에 추가적으로 인력을 구성하려고 했었다”며 “이 문제에 대해 노조측에서 반발이 있어 종전에 있던 인력풀을 다시 구성해 면접위원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면접위원을 조정하려고 했던 부분은 맞지만,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 틀에 인력풀을 더 다양하게 구성해 인원을 늘리려고 했었지만 반발로 인해 결국 변경 사안은 없었다”고 했다.

‘채용비리처벌특별법’ 발의 기자회견 모습 ⓒ청년유니온
‘채용비리처벌특별법’ 발의 기자회견 모습 ⓒ청년유니온

사회적 박탈감‧무력감 해소 위해 관련법 제정 필요

이처럼 연이은 채용과 관련해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 공공기업들은 문제가 될 사안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구직자 입장에선 ‘형평성’과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 안정적인 직장의 대명사인 공공기관은 언제나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취업하고 싶어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공공기관의 이러한 부정채용 의혹에 청년들은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강모(24)씨는 “올해 취업시장이 유난히 어려운 만큼 이러한 사건을 보면 정말 맥이 빠진다“라며 “자격증을 힘들게 취득해서 서류전형을 겨우 붙는다고 하더라도 면접이란 관문에서 혹여나 배경이나 인맥으로 인해 떨어진다면 상실감은 상당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용비리에 대한 처벌이 무서워 더이상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꽂아넣은 사람’과 ‘꽂아진 사람’ 모두에게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업준비생인 이모(29)씨는 “우리나라는 개인의 능력보다 인맥의 힘이 더 크게 작용을 하는 것 같다“라며 “기존에 생각했던 분야가 코로나19로 취업문이 더욱 좁아지면서 눈을 낮춰 아무곳이나 들어가야 되는지 앞길이 막막하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현재 정부 정책들은 당장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눈가리고 아웅’식의 탁상행정이 많은 편이라 향후엔 부디 실효성있고 진실된 정책들이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채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근절해 더 이상 구직자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제도화된 법과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청년참여연대의 조희원 사무국장은 “청년들의 평균 취업준비 기간이 1년에서 1년 반 정도 걸리는데 첫 직장의 복지나 연봉 수준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다보니 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공공기관을 준비하지만 현실과 달리 공기업 내에서의 채용문제는 너무 많다“며 “사회적 박탈감으로부터 청년들을 구제하기 위해 향후에도 더 안정되고 제도화된 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유니온 이채은 위원장은 “학연·혈연·지연 등 이른바 빽(배경)으로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생각과 구조, 그리고 부당한 사회구조에 대한 청년들의 무력감을 해소하기 위해 채용비리처벌특별법은 반드시 제정돼야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무너진 사회에 대한 신뢰가 다시 회복하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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