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주의에 거부감 느끼는 밀레니얼 세대
혼밥‧독강하는 대학 생활과 사라진 평생직장

사람들을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 Z세대 등으로 나누는 기준은 ‘나이’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각 세대는 고유한 문화와 가치관을 갖고 있다.

그중 밀레니얼 세대는 차기의 주력 세대로, 그들의 문화와 가치관이 사회와 소비시장을 흔들고 있어 세상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들은 ‘공동체의 행복’보다 ‘나의 행복’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특징이 있다.

기성세대가 돼버린 베이비붐 세대, X세대는 공동체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가며 인싸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는 그 반대다. 밀레니얼 세대의 과반수는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공동체에 헌신하기보다는 스스로 아싸가 돼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자신의 가치와 장점을 알아감에 에너지를 투자하려는 ‘자발적 아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4편에 걸쳐 스스로 무리에서 벗어나려는 ‘자발적 아싸’의 특징과 이 삶의 방식을 선택하게 된 사회적 배경, 또한 그들의 가치관까지 폭넓게 알아보려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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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하영 인턴기자】 개그맨 박명수의 어록 “성공은 1%의 재능과 99%의 빽(back,배경)”은 과거 집단주의에서 비롯된 인맥관을 대변한다.

과거에는 혈연, 지연, 학연에 의해 집단이 형성됐고, 개인적 친분이 없더라도 이로 인해 이득을 보는 경우가 다분했다. 같은 학교 출신, 같은 집안, 같은 고향 출신이면 서로 지지하고, 이는 더 나아가 투표권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자신이 어느 집단에 속하는지, 그 집단 속에서 어느 역할을 맡고 있는지가 중요했기 때문에 ‘집단 속에서의 나’의 모습을 신경 써가며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는 이러한 집단주의 문화에 거부감을 느낀다. 사회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거나 사회생활 초기인 밀레니얼 세대는 기성세대가 가진 빵빵한 인맥도, 돈도 없다. 이들이 ‘투명성’과 ‘공정성’을 부르짖는 것도 무한 경쟁 속에서 버텼던 노력이 혈연, 지연, 학연에 의해 쉽게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들은 공정한 기준에 의해 평가받길 원하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행동하며, ‘나’가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인맥을 형성하려 한다. 필요성과 취향에 따라 형성된 인맥은 끈끈하지 않아도 되고 평생 함께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으로 동기들과 함께 같은 수업을 듣고, 선배들한테 밥을 사달라고 졸라 선‧후배가 함께 점심을 먹으며, 수업이 끝난 후에는 학과 술자리에서 친목을 다지는, 흔히 상상하는 대학가 풍경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작년 8월 19일부터 8월 23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19학번, 09학번, 99학번별 남녀 150명씩 총 4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19학번vs09학번vs99학번 대학생활 비교'에 따르면 대학 동기‧선배와의 인간관계에 대해 99학번의 66.7%는 중요하다고 응답했고, 90년대생의 시작인 09학번은 50.7%, 끝인 19학번은 49.%로 이전 세대보다 덜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에 따라 대학 친구 및 선배와의 술자리 횟수는 점점 적어지고 수강 신청 시 친구와 함께 들을 수 있는지의 중요도도 점차 감소했으며, 혼자 공강 시간을 보내고 혼자 점심을 먹는 비율은 증가하고 있었다.

물론 선‧후배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좋지만, 더 이상 그것이 대학 생활의 1순위가 아니며, 캠퍼스 내에서 혼자 다니는 것을 개의치 않아 하는 대학생들이 됐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집단보다 개인의 생활을 더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은 평생직장의 개념까지 사라지게 만들었다.

잡코리아가 2010년 직장인 90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설문조사와 올해 4월 직장인 1397명을 대상으로 동일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비교 분석한 ‘직장인 경력연차별 평균 이직 횟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0년 차 직장인의 평균 이직 횟수는 2.9회였던 반면 10년 후인 2020년 10년 차 직장인은 평균 4회 이직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7년 차는 3.6회, 5년 차는 2.7회, 2년 차는 1.8회, 그중 눈에 띄는 것은 1년 차 신입사원의 이직 경험률이 77.1%로, 이는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결과다.

밀레니얼 세대는 한 직장에서만 오랫동안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계속 본인에게 더 잘 맞는 직장을 찾아 떠난다. 이직은 자신의 역량을 발전시키고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수단 중 하나가 됐다. 오히려 능력이 있는 사람이 이직하고 능력이 없는 사람은 받아주는 곳이 없어 같은 회사에 계속 남아있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는 직장을 영속적인 곳으로 바라보지 않고 일시적으로 머무는 곳으로 여긴다. 직장동료들 또한 일시적 연대로 연결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인이 올해 5월 직장인 남녀 13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직장 내 자발적 아싸를 택한 이유로 49%가 ‘업무만 제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라고 답했던 것도 친목을 도모할 필요성, 즉 직장 내 사람들과 관계가 깊어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이들은 업무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일 뿐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개인주의로 인해 사라진 평생직장 시대가 만든 새로운 관념은 회식을 대하는 태도에서 두드러진다. 종신고용, 평생직장 때의 회식은 매우 중요한 이벤트였다. 직장 선후배가 다 함께 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으며 단합하고 허심탄회하게 얘기도 하면서 가족 같은 회사 분위기를 만들자는 의미로 퇴근 후 n차 회식을 즐겼다.

그러나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는 회식 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대기업 11개, 중견기업 19개의 임직원 1만29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올해 4월 발표한 ‘직장 내 세대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2030뿐만 아니라 4050세대 역시 회식 만족도는 높지 않았지만, 회식에 대한 인식에서 차이를 보였다.

윗세대는 “회식이 재미없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소통을 위해 필요한 계륵”이라고 답했고, 아래 세대는 “의전(儀典)의 연속인 회식에서 소통은 불가능하며 소통을 일과시간에 해도 충분하다”라는 의견을 내세웠다.

이직이 자연스러운 사회에 사는 밀레니얼 세대 자발적 아싸들은 업무 외 시간에 직장 동료들과 소통하고 유대감을 형성하기보다 퇴근 후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길 원하고, 회식은 소통의 합리적 수단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의견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60년대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20달러, 70년대에는 1300달러인 시대에 어렵게 자랐던 기성세대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일했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았다.

그러나 1인당 GNI가 9000달러로 비교적 풍족했던 때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다르다. 이들의 충성 대상은 회사가 아닌 자기 자신이며 오히려 회사에 ‘헌신하면 헌신짝’된다는 새로운 관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기성세대는 ‘성장과정의 시대 환경이 완전히 달라 사고방식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지금까지 과거의 방식을 강요하고 있고, 심지어 이해해 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를 겪은 밀레니얼 세대는 ‘기성세대=꼰대’라는 고정관념을 갖게 돼 결국 소통보다 ‘할말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의 침묵을 택했고, 이는 세대갈등의 심화로 이어졌다.

이러한 세대갈등에 대해 임홍택 작가는 책 <90년대생이 온다>를 통해 “‘내가 새로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며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기성세대는 곧 주류가 될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시대가 변했음을 인정하고 유연하게 변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밀레니얼 세대는 더 나은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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