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택배 성황, 택배기사 업무강도 강화
추석 이후 한 달도 안 돼 3명 ‘과로사’ 추정 사망
15시간 업무 중 공짜노동 절반…시스템 개선돼야
‘특고’ 신분이라 시간 제한 NO…죽음의 택배 노동
전문가 “근본적 해결 위해선 근로자성 인정돼야”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열린 롯데택배 전국 파업출정식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올해 들어서만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추정 사망이 10건을 기록했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가 지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세 명의 택배 노동자가 사망했다. 또 생활고에 시달리던 한 택배기사의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연이은 택배업무 종사자들의 사망으로 열악한 근무환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택배업계는 속속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근본적 해결책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택배업 산업재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택배업 관련 사망자는 이번 해 특히 크게 늘어났다. 지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산재 사망자는 18명으로, 올해 10월까지의 사망자가 지난 8년간 사망자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달만 해도 지난 8일 서울 강북구에서 배송 업무를 담당하던 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 A씨를 시작으로 한진택배 소속 B씨, CJ대한통운 곤지암허브터미널에서 근무하던 D씨 등이 사망했다. 지난 20일엔 로젠택배 기사 E씨가 대리점의 갑질로 인한 생활고 등을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에 노동계는 대형 택배사들의 불공정행위와 갑질 행위에 대해 규탄하며 택배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8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에 따르면 전날 택배노조는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롯데택배 전국 총파업 돌입 출정식’을 열었다. 택배노조는 지난 26일에도 서울 광진구 우체국물류지원단 정문 앞에서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으며, 같은 날 서울 용산구 로젠택배 앞에서도 택배사 불공정 계약과 갑질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택배 노동자들의 잇따른 사망 배경으로 살인적 업무 강도 등으로 인한 과로가 지목되고 있다. 택배업계의 열악한 작업환경 가운데 택배사들은 노동자 보호보다는 이윤만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 택배노조 측의 주장이다.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끊기 위한 각계 대표단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 현장 ⓒ뉴시스

택배기사 업무강도 강화로 이어진 ‘택배 성황’

택배기사의 과로 배경으로 택배물량의 폭발적 증가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부동산종합서비스회사 체스터톤스코리아의 ‘2020년 2분기 물류시장보고서’에 따르면 택배시장은 2018년 5조4000억원, 2019년 6조3000억원으로 매년 평균 11.65% 상승률을 보이고 있으며, 올해는 7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급성장하는 택배시장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택배 물량은 더욱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어난 택배 물량은 자료로도 확인된다. 강은미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2월~7월 택배 물량은 13억4280만건이었지만 올해 동기 택배 물량은 약 16억5314만건이다. 이는 23% 가량 늘어난 수치다.

택배사 영업이익도 크게 증가했다. 상위 3대 택배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CJ대한통운은 21.3% 늘어난 1420억원, 한진택배는 34.7% 늘어난 534억원, 롯데글로벌로지스는 30% 늘어난 130억원이다. 

이런 택배업계의 활황이 이어지자 이는 즉시 택배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로 이어졌다는 것이 택배노조 측의 설명이다. 특히 특별한 법적 규제가 없는 택배기사의 노동시간은 말 그대로 ‘무제한’으로 늘어났다.

최근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에서 일하던 택배노동자들의 사인 또한 과로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8일 CJ대한통운 택배기사 A씨가 배송 중 호흡곤란과 가슴통증을 호소하다 숨졌다. 이어 12일 한진택배 택배기사 B씨 또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4일 전인 8일 새벽 4시 28분, B씨는 동료에게 ‘오늘 택배 물량 420개를 들고 나와 이제 집에 가고 있다. 5시에 다시 출근하면 곧바로 분류작업을 해야 하는데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심지어 CJ대한통운이 반복되는 택배기사 사망 건에 대해 사과하고 종합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던 20일 당일에도 CJ대한통운 소속 D씨가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택배노조는 D씨가 지난달 말 추석 연휴에도 제대로 된 휴식 없이 고강도 노동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20일 사망한 로젠택배 택배기사 E씨의 경우 계약된 대리점의 불법적 권리금과 보증금으로 인해 생활고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인의 유서에는 E씨와 계약한 택배사, 영업‧대리점의 갑질과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기사들의 사망이 과로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이 주목받으면서, 경찰도 최근 사망한 택배기사 8명의 사인 규명에 나서는 등 과로사 여부를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분류작업 중인 택배기사들의 모습 ⓒ뉴시스

과로 주 원인 ‘공짜노동’…택배사들 대책 내놨지만 ‘미흡’

택배노조가 지난 8월 집계한 택배 기사의 주 평균 노동시간은 약 71시간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과로사 인정 기준이 ‘직전 3개월 동안 주 60시간 이상 노동’ 또는 ‘직전 1개월 동안 주 64시간 이상 노동’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이를 훌쩍 넘는 수치다.

택배기사들의 업무강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주 원인으로는 일명 ‘까대기’로 불리는 분류작업이 꼽힌다. 이는 택배기사 본인이 담당해야 하는 택배를 골라내는 작업으로, 기사 본연의 업무도 아닌데다 무급으로 이뤄진다. 택배기사들은 이 작업에 업무시간의 절반가량인 7~9시간을 할애하게 되면서 노동 시간이 몇 배로 늘어나게 된다.

게다가 택배기사의 대부분은 물량이 아닌 지역을 기준으로 대리점과 계약을 맺기에, 자신의 담당 지역에 할당된 물량의 경우 몇 건이 되든 모두 분류하고 처리해야 하는 현실에 처해 있다. 

택배노조 김세규 교육선전국장은 “업무강도 개선의 근본적인 해법은 분류작업의 개선이다”라며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장시간 고강도 배송을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내용이다. 대가 없이 무급으로 실시하는 분류작업이 늦게 끝나 오후가 돼서야 배송을 시작하다 보니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늦게까지 배송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택배업계에서도 분류작업에 대한 보완을 중심으로 대책을 내놨다.

현재 택배 업계는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 한진택배, 우체국택배, 로젠택배 등 상위 5개 업체가 전체 물동량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48%로 점유율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은 택배 노동자의 사망이 이어지자 지난 20일 가장 먼저 대책을 제시했다. 이후 롯데택배와 한진택배 또한 26일 종합대책을 내놨다.

해당 대책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택배 분류작업에 추가 인력을 투입하고 자동화 설비를 도입한다는 공통적인 내용이 담겼다. 하루에 할당 물량을 모두 처리해야 하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을 위해선 근무 시간을 제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먼저 CJ대한통운은 택배 분류인력 4000명을 단계적으로 투입해 노동자가 업무시간을 조정 가능하도록 하고 자동 분류장치를 추가 구축해 2022년까지 현장 자동화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루 적정 물량 계산 후 초과물량이 나올 시 택배노동자 3~4명이 팀을 꾸려 분담하는 제도인 초과 물량 공유제 도입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산재보험과 건강검진도 현재보다 개선해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진택배는 11월부터 심야배송을 전면 중단하고 분류 지원 인력 1000명을 추가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분류시간 단축을 위해 2021년 적용 가능한 터미널을 대상으로 500억원을 투자해 자동 분류기를 추가 도입하고, 2021년 상반기까지 모든 택배기사가 산재보험을 100%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건강검진 또한 회사 부담으로 매년 실시한다.

롯데택배는 택배 분류 지원 인력 1000여 명을 집배센터에 다음 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하고 택배기사의 산재보험과 건강검진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문기관을 통해 택배기사가 하루 배송할 수 있는 적정량을 산출한 뒤 이를 배송시스템에 적용해 물량을 조절하는 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택배노조는 택배사들이 내놓은 보완 대책이 모호하다며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이런 택배사들의 대책발표에 대해 “CJ대한통운의 대책발표 이후 분류인력 투입비용을 놓고 이행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어 실효성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며 “투입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고, 특히 롯데택배의 경우 택배 분류 업무에 추가로 투입되는 이들의 인건비를 누가 부담할 지에 대한 언급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심야배송 금지 대책의 경우 오늘 못한 물량을 내일 또 배송해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인력투입 계획과 함께 분류작업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며 “이는 결국 택배사와 과로사 대책위원회, 정부, 국회 등이 참여하는 민관공동위원회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분류작업 외에도 낮은 수수료와 열악한 작업환경 등 택배기사들의 추가적 개선 과제도 여전히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자영업자 신분으로 택배기사는 건당 수수료를 받고 있는 택배기사의 근로 형태 또한 문제다. 낮은 수수료가 인상되지 않고 물량만 줄어들게 된다면 생계에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런 수수료 문제나 시설 투자 등 작업환경 개선과 관련해서는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근본해결 위해선 택배기사도 ‘근로성’ 인정돼야

택배기사는 현재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 신분으로, ‘특고노동자’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에 과도한 경쟁에서 택배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고용 노동자는 아니더라도 노동자에 준하는 제도적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택배 노동자들의 근로자성 인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언제든 과로사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산재보험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는 점도 특고노동자의 특징 중 하나다. 일반 노동자의 경우 입사와 동시에 의무 가입이 되고 회사가 보험료 전액을 부담하지만, 택배기사의 경우 보험료를 사업주와 노동자가 반반씩 내게 된다. 특히 노동자가 적용제외신청서를 작성하면 보험에 들지 않아도 된다.

이에 배송물량을 주지 않거나 재계약을 안 해 주겠다는 등의 압박으로 일부러 신청서를 강요하는 경우까지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CJ대한통운의 경우 산재적용 제외 신청서가 대필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택배기사의 과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성의 보호와 함께 노사 협의를 통해 공적 보험 또한 적용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이종선 부소장은 “택배 물량 증가로 인해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택배사의 갑질을 비롯한 부당한 업무 지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택배기사들의 근로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특수고용직인 택배 노동자의 특성상 전속성과 지속성의 문제가 있고, 근로계약 상 고용계약이 분명하지 않았기에 이 부분에 대해 개선하고 공적 보험의 울타리에 포함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7년 국토교통부는 택배기사들의 사망이 이어지자 택배 분류 작업과 배송 작업을 분리하고, 산재보험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노조와 회사, 정부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결국 실행되지 않았다.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택배기사들의 근로성이 다시금 주목을 받으면서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입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간 검토돼 온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안)을 들 수 있다. 이는 택배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대해 택배사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를 가진다. 택배기사의 표준계약서를 통해 업무 과중의 원인으로 꼽히는 분류와 배송 작업을 분리해 노동시간을 줄인다는 목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 27일 택배 사업장을 찾아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른바 ‘과로사 방지법’과 관련된 생활물류법안 내용을 회기 내 처리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아울러 산재보험법 개정안도 제기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준병 의원은 같은날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을 내놨다.

저소득 특수고용 노동자와 영세사업주의 경우 국가가 산재보험료를 지원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는 약 5만명의 택배기사 중 4만여명이 산재보험을 스스로 포기한 실정의 배경으로 사업주의 압박이 지목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에서도 택배시장의 전반적 점검에 나서는 가운데 산재보험 적용 제외 논란 등에 대해서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19일 6개 지방고용노동청을 중심으로 산업안전감독관과 산업안전공단, 근로복지공단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택배분야 ‘기획점검팀’을 꾸린다고 밝혔다. 다음달 13일까지 택배사 및 대리점에 대한 긴급점검과 함께 택배기사 6000명에 대한 면담조사도 병행 실시한다. 특히 3주간 실시하는 긴급점검에서는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산재보험 입직신고 여부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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