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나리오 쓰고 있네’ 황서미 작가를 만나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인생역경 담은 에세이 출간
여러 번의 결혼과 이혼, 사랑의 전쟁 현실판 스토리
“삶은 드라마…무릎을 탁 치며 위로받고 공감하길”

【투데이신문 김지수 인턴기자】 사람은 각자 자기만의 인생을 산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동안 그 누구보다 한편의 영화 같고 드라마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 바로 황서미 작가다.

황 작가는 작은 광고 대행사 카피라이터로 첫 회사 생활을 했다. 그 후에 그는 보험 설계사, 야설 교정 작가, 닭 회사 슈퍼바이저, 생과일주스 가게 알바 등등 수없이 많은 직업을 가졌다. 또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남편은 총 5명. 현재 다섯 번째 남편과 8년째 살고 있다. 그리고 중학생 딸내미와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하는 자폐아 아들 만두까지. 그는 아이들로 인해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고 한다. 최근까지는 이름 없는 작가, 고스트라이터로 활동을 하다 드디어 본인의 첫 에세이를 출간했다.

사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놀라움에 입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녀원에 들어가서 포도주를 마시다 걸려 퇴소하기도, 술을 마시다 파란 물을 토해내기도 하는 등 일반인이라면 겪지 못할 여러모로 흥미롭고도 기괴한 사건들이 가득하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가 더 궁금해졌었다. 누구나 인생의 굴곡이 있다지만 이와 같이 굴곡질 수 있을까.

황서미 작가는 그동안 자신이 겪은 많은 아픔을 그만의 재치와 센스로 승화시켜 독자들에게 큰 웃음과 감동을 주고 있다. 직접 황 작가를 만나보니 책 한 권만으로는 그의 매력을 다 느낄 수 없음을 확실히 느꼈다. 더 읽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 더 쓸 이야기가 많은 작가였다. <투데이신문>은 황서미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삶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Q. 작가님의 첫 책, <시나리오 쓰고 있네>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먼저 이 책의 출간 계기가 궁금합니다.

최근 몇 년간은 이름 없는 작가인 고스트라이터, 즉 대필 작가로 일을 했었어요. 그러던 중 작년 봄, 출판사 대표님께서 왜 작가님은 대필만 하고 책은 안내시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이상하다면서요. 그러다가 제가 한 3년 전쯤 써둔 원고를 잽싸게 보내드렸죠. 그 원고가 바탕이 됐고, 또 시간이 흐르면서 보충해서 글로 써 묶은 것이 바로 이번에 첫 책, <시나리오 쓰고 있네>로 나왔습니다.

Q. 책이 출간된 지 1달하고도 반 정도 지났는데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사실 제가 유명한 작가는 아니기 때문에, 책이 나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책이 출간되고 주변에서 SNS으로 서평을 진짜 몸 둘 바 모를 정도로 정성스럽게 써주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셨어요. 그 덕을 제가 정말 많이 봤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Q. 제목으로 유추해볼 때 본인의 인생을 특별히 하나의 ’시나리오‘라고 표현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제가 영화나 드라마의 대본, 시나리오를 굉장히 쓰고 싶어서 책 중간에도 짤막한 시나리오를 하나 넣어두기도 했었어요. 한 명의 여자가 다섯 번을 결혼하는 바람에, 다섯 명의 남편이 등장하는 스토리의 영화나 드라마를 쓰고 싶기도 했었고요. 그러던 중에, 소설 쓰고 있네, 시나리오 쓰고 있네라는 아이디어가 짠! 하고 나타난 거예요. 그리고 제 에세이 내용을 보면, 사실 가치관이 다른 사람이 읽었을 때 불편할 부분도 있을 것 같아서 겁이 좀 났었거든요. 그전에 먼저 선수 치면 좀 방어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Q.  워낙 많은 직업들을 경험해보셨는데, 그럼 추후에는 영화나 드라마 대본을 쓰는 일을 해보고 싶으신 건가요.

네. 죽기 전에 영화나 드라마를 꼭 한 편이라도 썼으면 좋겠어요. 출판뿐 아니라 이쪽 분야도 꼭 해보고 싶어요. 제가 만든 스토리가 영화나 드라마로 된다면 최고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 작품이라도 받아서 각색 작업 한 편해서 올려보고 싶습니다.

Q. 이혼의 아픔부터 자칫 우울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풀어내셨습니다. 그래서 책이 주는 분위기는 굉장히 밝고 당당한데, 의외로 작가님 실제 성격은 속이 엄청 여리시다고… 이런 아픔에 대해서 담담하게 풀어내실 수 있었던 근원이 무엇인가요.

네. 사실 저는 되게 속이 여린 편이에요. 책에서 보셨다시피 수많은 일을 했었고, 수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제 자신에게도 솔직히 놀라워요. 정신병 안 걸린 게 스스로도 대견하고 그럴정도죠. 주변에서 다들 그래요. 다 까먹고 다시 덤벼드는 이유가 뭐냐고. 그냥 저는 매번 용감했었던 것 같아요. 움츠려 있지 않고 저는 계속 까먹고 앞으로 나아가는 스타일이라 그런가 봐요. 전 한마디로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에요. 그리고 또 정말 식상할 말이지만 ‘시간이 약’이에요. 저는 그랬어요.

Q. 많은 일들을 경험하면서 생긴 작가님만의 인생 팁이라든지 그런 부분이 있나요.

결혼에 관한 부분에서는 ‘조심조심 밟아나가라’에요. 왜냐하면 제가 너무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거든요. 금사빠가 정말 위험한 게 마음을 훅하고 줘버리는데 이 말은 즉 상대도 나에게 마음을 주길 바라는 거거든요.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여유를 갖고 조심조심 밟아나갔으면 좋겠어요.

또 앞서 말했다시피 정말 시간은 약이에요. 너무 힘든 시기에는 명상도 안 되고 종교생활도 잘 안 되더라고요. 눈앞에 있는 폭탄들을 제거하기에 바빠서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기르지 못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 정말 식상한 말이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하고 시간을 잘 견뎌내시면 좋겠습니다.

Q. 요즘은 비혼 시대입니다.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들도 많죠. 반면 작가님은 여러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겪으셨는데 이를 통해 결혼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배우자와의 의리로 뭉친 경제, 육아 공동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나마 지금은 결혼 생활에서 롤러코스터와 같은 감정 변화 그래프에 많이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니 ‘아, 이런 감정도 있구나’ 하고 새롭게 느끼고 있는 중이긴 합니다.

그래도 주변에 보면 부부 중에서 서로 너무 정답고, 심지어 손잡고 다니시는 분들 많이 보는데요, 그분들은 어떤 것보다 소중한 인생 로또를 타신 거죠.

Q. 이혼과 재혼에 대한 편견에 관해서도 여쭙고 싶은데요, 아직까지는 기성세대들은 이혼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많이 보냅니다. 이런 그런 틀에 박힌 시선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셨는지요.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저 여자 좀 이상한 거 아니야?’였어요. 모든 과정을 옆에서 같이 지켜봐 준 친구도 있지만, 절교한 친구도 있어요. 이혼을 여러 번 하다 보니까 여러 의혹의 시선들은 어쩔 수 없었어요. 그런데 과정 하나하나 보면 이혼할 수밖에 없고, 결혼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다 있거든요. 그때는 굉장히 억울하고 나만의 속사정을 누가 어떻게 다 알까 싶었지만 지금은 그 사람들을 이해해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이혼을 3번, 4번이나 하는데 저도 신기하니까요.

Q.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부모-자녀 관계, 아내-남편, 엄마-아들, 딸 등 이런 많은 관계에 있어서 지녀야 할 중요한 마음가짐과 태도가 있을까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왜냐면 제가 딸일 때의 나, 엄마일 때의 나, 그리고 아내일 때의 나는 다 역할도 다르고 거기에 따른 태도도 다르거든요. 사실 제가 아주 좋은 엄마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른 엄마들이 정성 쏟는 거 보면 저는 거기에 사실 아주 많이 못 미쳐요. 애들 공부하는 것보단 제가 책상에 앉아있는 게 더 중요한,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엄마거든요. 근데 내가 행복해야 애들도 행복하지라는 생각을 해요. 이게 참 고맙게도 그동안 효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딸이 지금 중2인데 공부는 잘 못하지만 행복한 학생이거든요. 가끔씩 물어봐요. ‘너 혹시 행복해?’라고 하면 딸이 ’너무 행복해‘라고 말해요. 저는 그래서 이렇게 설렁설렁 살고 있습니다. 단점보다는 강점에 집중하자는 것이 사실 제가 저에게 스스로 이야기하는 것이에요.

Q. 책을 읽으면서 웃기도 많이 웃고, 찡하며 위로가 됐던 말들도 많았습니다. 그동안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돈이 없을 때에는 미친 듯이 은행을 돌거나 핸드폰 뒤져서 돈 꿔줄 사람들을 찾기도 했고요. 결혼 생활이 힘들 때면 악을 쓰며 버티다가 이 남자를 손절할 것인가 여부에 대해서도 고민을 오래 했었습니다. 정말 힘들면 명상이나 기도 같은 것도 했는데 안 먹히더라구요. 그것도 웬만할 때나 할 수 있는 거죠.

내 앞에 떨어진 현실적인 폭탄을 쫓아다니며 제거하느라 수많은 시간을 썼는데요, 그러다 보니 인생을 멀리 내다보는 능력을 기를 기회가 없었어요. 그것이 조금 안타깝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안목을 길러야죠.

역시 뭐니뭐니해도 ’입금‘은 힘든 상활을 풀어가는 최고의 열쇠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전부는 아니지만요(웃음).

Q. 자신의 삶과 유사한 영화, 또는 영화 속 캐릭터가 있다면.

영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이요. 이 영화는 너무 끔찍하게 운이 나빴던 여자의 일생을 그린 것인데요, 정말 보면서 수건으로 눈물 닦아가면서 봤던 영화입니다.

만나는 남자들마다 모두 나쁜 녀석들인데 무엇이 그녀를 끝없이 사랑하게 만들었을까 놀라웠어요. 보면서 ‘저 남자 만나지 마! 이제 그만 만나!’하고 속으로 계속 외치기도 하고, 번번이 울다가 피식 웃게 됐죠. ‘너나 잘하세요’. 스스로 이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작가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있죠. 바로 ‘탈모는 병이 아닙니다’라는 아주 유명한 카피를 탄생시키셨잖아요. 이 카피 문구의 탄생 비화가 궁금합니다.

사실 저녁에 세수하다가 갑자기 불쑥 떠오른 말이었어요(웃음). 물론 탈모에 대한 엄청난 자료를 모으고 공부하고 또 탈모인들을 만나보기도 했었어요. 어떤 사람은 개그 소재로 생각하며 즐겁게 사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 어떤 사람은 굉장히 소심해하고 우울해하더라고요. 그리고 마침 그때 또 다른 클라이언트 중 머리를 심으신 분이 계셨는데, 얼굴이 이렇게 막 엄청 퉁퉁 부어서 일주일을 못 나오시고 그랬거든요. 너무 고생하는 거를 지켜보다가 훅 떠오른 거죠. ‘아 탈모인들 위로하고 싶다. 탈모는 병이 아니다’라는 생각이었어요.

Q. 현재 인생의 전환점은 만두의 탄생이라고 하셨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자폐아 아들을 기르는 게 쉽진 않을 것 같습니다.

아니요. 요즘은 예전보다 아주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장애 친구들과 비장애 친구들이 함께 교육하는 것을 통합교육이라고 해요. 이 통합교육이 굉장히 잘 돼있고 거기를 다니면서 저는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사실 우리 만두가 발달장애에 ADHD라 굉장히 힘든 아이에요. 그동안은 정말 미안하게도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았는데 애들이 잘 커줬어요. 저는 거저 키운 거죠. 하지만 마치 육아 총량의 법칙(?)처럼 지금 고생을 많이 하고 있죠. 그래서 왜 우리 만두의 탄생이 인생의 전환점이죠. 그래도 통합반 선생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고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지만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하고 있어요. 그나마 저는 계속 까먹고 나아가는 스타일이니까, 다른 분들보다는 덜 스트레스 받으려고 하고 있고 그런 것 같아요.

Q. 막내 자녀분의 애칭이 만두인 이유가 있나요?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만두여서 만두인 건가요?

하하. 아니요 만두를 좋아하는 게 아니고 생긴 게 정말 만두처럼 생겼어요. 토실토실한 볼이 꼭 만두 같아요(웃음). 근데 사실 만두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다음 책이 만두 에세이거든요. 그래서 요즘 전국을 돌아다니며 만두를 먹어보고 있어요.

Q.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살면서 꼭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으실까요? 있다면 이유와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이들이랑 함께 영국 여행을 다녀오고 싶어요. 사실 저는 어떤 지역을 가든 지 간에요, 시골마을이나 골목 쪽 이런 곳을 좋아하거든요. 제 동생이 영국에 살기도 하고 아이들이랑 같이 가서 유명한 곳도 좋지만, 영국 시골마을에 놀러 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혼자서는 이태리 수도원 기행을 해보는 것이 소원이랍니다.

Q.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제 책을 읽고 공감해 주시고 그것을 뛰어넘어서, ‘아 나도.. 나도 그랬는데’하고 무릎을 탁 치시며 위로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사람들이 다 뻔히 아는 이야기는 싣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자기 삶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드라마 한 편 안 나오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깃발들고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저 크게 입 벌리고 손뼉 치면서 웃고, 울고 싶다면 펑펑 울면서 재미나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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