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반복적 팬데믹 시대 예견하는 전문가들
KT, 감염병 대비를 위한 차세대 방역 연구 착수
진단·방역·역학조사는 물론, 격리자 관리 등 적용 
빨라지는 신종감염병 빈도 예측에도 AI 필수
“ICT산업에 대응 역할 부여 되며 중요성 높아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공개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미지.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에 따른 팬데믹(Pandemic, 세계적 전염병 유행) 경험 이후, 감염병 대응에 있어 정보통신기술(ICT)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ICT 기술은 감염병의 연구, 진단, 역학조사, 환자‧접촉자 관리 등 다양한 부문에 적용 가능하다. 기본적으로는 방역 제품 판매 장소 알림 서비스부터, 전문적으로는 빅데이터를 이용한 바이러스 연구에 이르기까지 향후 ICT 기술의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실제 한국의 경우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환자의 동선 파악과 자가격리자 관리 앱 등을 활용해 효과적인 방역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정부는 최근 사례집까지 발간해 이를 82개국에 배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장기화는 물론 일상적 팬데믹 시대를 예견하기도 한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최근 점점 빨라지는 신종감염병의 등장에 비춰 본다면 이 같은 예측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이전으로의 복귀를 염두에 두는 것보다 감염병의 일상화에 대비를 해야 한다면, 개인은 물론 산업 전반에 이르기까지 감염병 대응을 위한 ICT 기술의 접목은 더욱 가속화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KT

“앞으로 1000만명 이상 죽는다면, 바이러스 때문일 것”

지난 5월 KT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투자를 받아 ‘감염병 대비를 위한 차세대 방역 연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게이츠재단은 ICT업계의 거물 빌게이츠와 그의 부인 멜린다게이츠가 운영하는 곳으로 국제 보건의료 확대와 빈곤퇴치를 주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KT의 방역 연구에는 3년간 12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연구를 위해 고려대학교의료원 김우주 교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모바일 닥터, 메디블록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들은 ‘인공지능 기반 감염병 조기진단 알고리즘’과 통신 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확산 경로 예측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KT는 이번 연구가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신·변종 감염병 대응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감염병 조기진단과 확산 경로 예측 알고리즘에 개발되면 병의 유행 이전에 위험을 인지하고 조기 대응이 가능하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게이츠 재단이 KT의 차세대 방역연구에 투자를 결정한 것은 예견된 일이다. 두 단체는 지난 2019년 4월 ICT포럼에서 만남을 가진 바 있고 당시 KT의 ‘감염병 확산 방지 프로젝트’에 게이츠 재단 관계자가 관심을 보였다.  

빌게이츠 역시 오랫동안 감염병 대응에 주목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미 지난 2015년 온라인 강연 플랫폼 ‘TED’에서 “다음에 전염병이 출현하면? 우리는 준비되지 않았습니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 사실상 코로나19 사태를 예측했다. 

빌게이츠는 당시 강연을 통해 “앞으로 무엇인가가 1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인다면 그것은 전쟁이 아니라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일 것이다”라며 “우리는 막대한 비용을 핵억제력에 투자해온 반면, 전염병을 멈출 시스템에는 매우 적게 투자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에볼라가 확산하지 않은 것은 공기 중 감염이 안 되고 도시에서 발생하지 않았던 행운 때문이었다. 1918년 스페인 독감처럼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퍼져나갔다면 전 세계로 굉장히 빨리 확산됐을 것”이라며 “우리는 좋은 대응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다. 정보를 주고 받을 휴대폰이 있고 사람들의 위치와 이동을 파악할 수 있는 위성지도가 있으며 생물학을 통해 백신과 약을 개발할 수 있다. 이런 방법들이 국제보건 시스템에 적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코로나19 방역 성공에 기여한 ICT 기술

실제 ICT 기술은 국내 코로나19 방역 및 확산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은 격리환자를 제외한 시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효과적인 방역에 성공해 호평을 받았다.

특히 ICT 기술을 활용한 자가격리 체계는 대외적 눈길을 끌었다. 행정안전부는 국내 확진자가 확산되기 시작한 이후 지난 3월 경 자가격리자 3만여명의 관리를 위한 앱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가격리자는 이 앱을 통해 발열·기침·인후통 등 코로나19 증상 여부를 스스로 체크해 하루 두 번 전송해야 했고, 자가 체크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담공무원이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격리 장소 이탈 확인 기능도 주요했다. 자가격리 안전보호 앱에는 자가격리자가 격리 장소에서 이탈할 경우 경보음이 울리는 기능이 포함됐으며, 경보음과 동시에 경찰 추적이 시작되도록 시스템을 정비했다. 경보음은 위치정보시스템(GPS)을 꺼놔도 울리도록 제작됐다. 

이 같은 앱 활용은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대면 접촉 없이 자가격리자의 문진을 실시하는 한편, 이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으며 격리지역 이탈에 따른 다른 시민들의 위협 가능성 역시 현저히 낮추는 기능을 했다. 

이밖에 민간영역에서도 ICT 기술을 활용한 감염병 대응은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국내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감염진단키트가 빠르게 개발될 수 있던 것 역시 분자진단 전문기업 씨젠과 인공지능(AI)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씨젠은 AI를 활용해 코로나19의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하고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기존의 방법대로였다면 100명의 전문가가 3개월에 걸쳐 진행해야할 작업이었지만 빅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AI를 통해 3시간으로 단축시켰다. 

AI의료 기업 뷰노와 루닛은 폐 질환 환자의 영상을 통해 코로나19의 감염 여부를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정상인의 폐사진과 감염자의 폐사진을 AI에 학습토록 하고 관련 데이터의 양을 늘려주면서 판별의 정확도를 높였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정확도를 인정받았다. 

SK텔레콤이 개발한 코로나19 방역로봇 ⓒ뉴시스

진화하는 바이러스, 현실에 맞는 기술 활용 고민해야

바이러스의 빠른 변화도 감염병 대응에 ICT 기술이 중요해지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에서 나타나던 코로나19의 변이 바이러스가 잇따라 발견됐다. 일부 연구진을 통해서는 변종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기존의 6배에 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5월 초 이태원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이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S, V, L, G로 구분하고 여기에 변이그룹 GH, GR를 추가해 분류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S와 V형이 나타났지만 이태원 집단발생 이후 GH형의 검출 사례가 늘었다. 

연구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이후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며, 지역 조건에 맞게 변이를 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달 12일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연구진은 새로운 유전자 돌연변이가 스파이크 단백질의 구성 물질을 바꿨고 기존 보다 10배 높은 전염력을 보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종잡을 수 없는 바이러스의 변이는 ICT 기술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감염병의 빠른 확산속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예측과 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역시 코로나19 분야 해외 R&D 투자 및 연구영역 동향 빅데이터 분석 결과 ▲항원·항체 기반 다중 검출 및 현장진단 플랫폼 ▲백신·항바이러스 제제 개발 ▲바이러스 예측 기술 개발 등을 포함한 세부 연구 영역에 정부의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WHO는 코로나19가 팬데믹을 넘어 주기적발병을 의미하는 엔데믹(Endemic)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꾸준히 진화하고 재발하며 지역사회에 일상적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신종감염병의 증가 발생 빈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도 일상적 감염병 시대를 예견하게 하는 지점이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에 따르면 감염병은 196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홍역과 말라리아의 재출현 등으로 크게 늘었고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의 등장으로 사회적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메르스까지는 기존의 방역과 사회적 대응이 고수됐지만 코로나19는 사회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고 있다. 통신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재택근무가 늘어났으며, 소비자의 대면 거래보다는 비대면 이커머스숍의 활용이 높아졌다.

SK텔레콤은 공장 자동화 전문 기업 한국오므론제어기기와 함께 코로나19 방역로봇을 개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 5월 SK텔레콤 서울 본사에 도입된 이 로봇에는 5G, AI, 로봇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센싱 등 첨단 ICT 기술이 적용됐고 사람을 대신해 체온 검사와 UV램프를 이용한 방역 기능을 갖추고 있다.  

IT 전문가 최필식 기술작가는 한국인터넷진흥원 리포트를 통해 “비대면 기술과 장치의 활용은 이후 유사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실험에서 머무르는 게 아니라 관련 시장을 더욱 확대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라며 “바이러스를 치유하기 위한 인공지능 활용, 실내외에서 검역과 방역을 도운 자율 주행 및 원격 제어 로봇, 넓은 지역의 소독과 방역, 운송에 활용된 드론 등 기존의 산업들을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는 또 다른 역할을 부여하면서 그 필요성이 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반인들의 외출 자제 또는 격리에 따른 다양한 경제 활동의 변화도 예상되지만, 서비스의 변화와 별개로 새로운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도입해야 하는 지, 그 방향을 코로나19가 말해준 셈이 됐다”라며 “코로나19의 확진자가 늘고 있는 우리 역시 현실에 맞게 기술을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