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28사단 윤 일병 구타 사망사고와 관련,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제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집단구타 사망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은 재발방지를 위한 각종 관련 법안들을 앞 다퉈 쏟아내고 있다. 일명 ‘윤 일병 재발방지법’은 제2의 윤 일병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병영문화 개선과 군 사법체계 개혁을 골자로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년여 전 군 장병의 인권 강화를 골자로 한 법안이 제출됐음에도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법안 심사를 게을리 해 계류 중으로 방치하다가 사고가 터져서야 비로소 유사한 법안을 연이어 쏟아내는 것에 ‘면피용 뒷북’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홍일표 “병영생활 행동강령 법제화”
심재철 “부대재배치 청구권 재검토”

여야는 지난 8일 ‘군 인권 개선 및 병영문화 혁신 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특위는 윤 일병 가혹행위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과 함께 유사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한 각종 입법 장치를 마련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별도로 병영문화 개선대책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군 사법제도 전반을 살피겠다면서 의원들마다 관련 방안을 쏟아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지난 4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병영생활 행동강령에 병사들은 명령·복종 관계가 아닌 것으로 돼 있지만 구타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 행동강령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증명된 것"이라며 법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홍 의원은 국방부 훈령인 '병사 상호간 명령·지시 금지', '구타·가혹행위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군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법제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이와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이 병 상호간 명령 금지 등의 군인 의무를 규정하는 내용의 '군인복무기본법'을 발의했지만 2년이 넘도록 국회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자대 전입 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들에게 근무환경을 바꿔주려는 취지의 ‘부대 재배치 청구권’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대 재배치 청구권은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군인복무기본법 개정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군 내부 반발로 논의로만 그쳤던 부분이다.

아울러 심 의원은 지난 6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최근 육군에서 가혹행위 전수조사를 했지만 유사사례 3900건이라고만 이야기 할뿐 그 구체적 내용과 징계처분 결과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를 공개해야 한다"며 군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외부 민간전문가가 투입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또 "지금은 사병 간 가혹행위가 있다고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 원이하 벌금으로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며 가혹행위에 대한 군내 처벌 강도를 높이고 병사생활의 진실을 밝히는 부사관에게 특별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내놓았다.

우윤근 “건강한 군대위해 옴부즈맨제도 도입”
이상민 “투명성 확보위해 군 사법체계 개혁”

야당에서도 입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군 사법체계 개혁과 함께 옴부즈맨 제도 도입 등을 뒷받침할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 의장은 지난 8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은 이제 군이 자체적으로 (군대 내 가혹행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건강하고 강한 군대를 만들려면 우리 군대에도 (국방)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 옴부즈맨은 독일이 시행 중인 제도로 국회에 소속된 옴부즈맨이 군대 내부의 인권·안전 현황과 복지 현황을 감독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앞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군대에 전문상담사를 도입하고 무기명 신고제를 실시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같은 당 이상민 의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자 군대 내 형사사건을 일반 검찰과 법원이 맡을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기도 한 이 의원은 "재판에서 결정된 것을 지휘관이 '확인조치권'이라는 명목 아래 자의적으로 변경하고 법률가도 아닌 재판장이 재판을 진행하는 일이 많다"며 "일반 사회에서 적용되는 투명성, 공정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군사법원의 조직 등에 관한 법률안 ▲군 검찰의 조직 등에 관한 법률안 ▲군 형사소송 법안 ▲장병 등의 군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안 ▲군에서의 형의 집행 및 군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 ▲군 형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의 개정을 대표발의하기로 했다.

이들 개정안에는 장병의 인권 보장 대책을 강화하는 내용과 함께 군사법원과 군 검찰의 소속을 각급 부대에서 국방부로 일원화하고 군 판사‧군 검사 인사의 공정성을 확보해 군 사법기관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 등도 담겨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은 군사재판의 재판관을 일반 법관에게 맡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현재 군사법체계 상 군사법원은 군 검찰과 함께 해당부대 지휘관의 지휘 감독 아래 있기 때문에 독립적이고 공정한 재판이 어렵다"며 "실제 군사재판의 재판관은 관할관(지휘관)이 지정하도록 돼있고 심지어 재판관 3명 중 1명은 법관이 아닌 일반장교"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판이 확정된 뒤에 지휘관이 형을 감경할 있도록 하는 관할관의 확인조치권 등을 포함해 군사법제도의 위헌적 요소에 대해선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돼 왔다"며 "실제 지휘관을 보좌하는 법무참모는 군 검찰이나 군판사에게 사건처리의 방향에 대한 지침을 전달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군의 지휘권 보장도 중요하지만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통해 장병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 또한 형사사법절차의 중요한 가치"라며 군 당국에 "폐쇄성을 버리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법절차를 만드는 데 나서라"고 요구했다.

여야 의원들이 저마다 쏟아내고 있는 군 개혁 방안들이 '면피용' ‘보여주기’로 끝나지 않고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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