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이우성’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제삼자가 돼서 바라보고 이것을 시에 반영하고 싶었다”어느 날 문득 자신의 이름이 희박해지는 순간을 상상해본다. ‘나’라고 불리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나에게서 떠났다가 온전히 돌아올 수도 있는 걸까. 어쩌면 새로운 이름을 위해 영영 떠날 준비를 묵묵히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이우성이라는 이름이 지워진다면 그 빈칸엔 무엇도 들어설 수 없을 것이다. 그저 빈칸으로 남겨둬야 한다. 오히려 빈칸에서 막 뛰쳐나온 언어적 해방감(혹은 형상을 떠난 자유로움)만이 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해 1월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시 화정동 아파트는 당초 그해 겨울 무렵 847세대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붕괴사고 발생 1년이 넘었지만 뚜렷한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변화는 보이지 않으며 시공사에 대한 행정처분도 결정되지 않고 있다.이달에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보도육교가 엿가락처럼 휘어 주저앉았다. 도림동과 신도림역을 잇는 이 육교는 채 한달여 전 실시한 정기안전검사에서 ‘A등급’을 받았다. 본보는 그 사이 ‘성산대교 균열’ 사건에 대한 취재를 진행했다. 취재과정에서 접한 서울시 관계자들은 한사코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옛 ‘방림방적’ 터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제2세종문화회관’이 최근 여의도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면서 지역민들의 ‘공약(公約)’ 불신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10년 가까이 문제없이 추진돼오던 사업이 신임 구청장 취임 반년도 안 돼 갑자기 방향을 틀게 된 이유는 뭘까. 영등포 지역에서 내리 4선을 기록하며 제9대 전반기 영등포구의회를 이끌고 있는 정선희 의장을 만나 그 연유를 들어봤다.제2세종문화회관 사업은 2025년 개관을 목표로 문래동3가(55-6) 일대 1만2947㎡ 대지에 2000여석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다듬어지지 않은 감정들이 쏟아낸 얼룩은 세월이 지나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표현을 빌리자면 ‘연한 색 페르시아 카펫에 쏟은 보르도 와인’처럼. 90년대에 청춘을 보냈던 이들은 시에 관심이 없어도 원태연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란 문장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젊은 우리 사랑을 위해 차용했던 시인이 란 시집으로 돌아왔다. 원태연 시인은 솔직하고 섬세한 감성으로 출간한 시집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많은 이들의
【투데이신문 서정인 기자】 서울의 허름한 아파트 단지를 지나가다 보면 ‘재개발 추진’ 문구가 박혀있는 현수막을 흔히 볼 수 있다. ‘개발’은 사전적으로 토지나 천연 자원을 유용하게 만들거나, 지식, 재능, 산업, 경제를 발전시킨다고 정의한다.하지만 여기 ‘개발’을 어떤 이들의 쫓겨남, 가난한 자들의 희생, 삶의 터전을 밀어내는 행위라고 해석하며 평등한 도시를 만들자는 주장을 펼치는 활동가들이 있다.빈곤사회연대 김윤영 활동가는 휘황찬란한 도시의 불빛에 시선을 뺏기지 않고, 건물 높이만큼 길어진 그림자를 응시했다. 그 그림자에 스스로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2022년 6월1일. 대한민국 진보 정치 지형에 지각변동이 일었다. 이날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원외 정당인 진보당은 6석의 현역 국회의원을 보유한 원내 3당을 ‘21대9’로 눌렀다.진보당은 이날 선거를 통해 자치단체장 1명을 포함, 광역·기초의원 20명 등 총 21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4년 전 민중당(진보당 전신) 이름으로 치렀던 7회 지방선거 결과(기초의원 11명)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반면 2018년 지방선거 당시 37명의 광역·기초의원 당선자를 냈던 정의당은 이날 선거에서 비례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2022년 10월 29일. 그날 은지씨는 절친한 친구인 민서(가명)씨와 함께 이태원을 방문했다. 더 정확히는 국립중앙박물관을 가려고 한남동을 방문했다가 근처 이태원을 잠깐 들러 ‘핼로윈’을 체험하고자 했다. 그렇게 두 절친은 손을 붙잡고 이태원으로 향했다.그런데 그날 밤, 두 사람이 향한 이태원 해밀턴 호텔 부근에서 문제가 생겼다. 해가 지자 급속도로 인파가 늘어나 채 한걸음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정체가 시작됐다. 결국 거리 중간에 있던 그들은 좁은 골목까지 밀려났고, 은지씨는 군중에 휩쓸려 민서씨의 손을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ESG가 화두로 떠오르며 각 기업들도 이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를 수행할 인재양성까지는 논의가 진전되지 않은 모습이다.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4월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ESG 준비실태 및 인식조사’에서 ESG에 대한 최고 경영진의 관심도는 66.3%로 드러났다. ESG 위원회 설치 여부에 대해서는 45.5%가 설치했으며 설치할 예정이란 답변도 27.7%나 됐다. 다만, 관련 전문인력 채용계획을 묻자 8.9%만 채용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ESG 산업의 발전 속도에
인간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산다고들 한다. 겉으로 드러난 가면과 보이지 않는 가면 뒤에 숨은 사람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자신을 연기하며 살아간다. 때때로 마주하는 극적 상황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일상이라는 무대 위에 오른 현대인의 자화상처럼 느껴진다.사회가 정해준 테두리 속에는 언제나 행해야 할 역할이 있고, 그에 따른 의무와 책임 또한 뒤따른다. 이성적인 동물이 페르소나를 강화하는 과정은 생존의 가치로서 작용한다. 그만큼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쓴다는 증거다. 하지만 모든 연극이 끝난 뒤에 마주하는 것은 결국 본연의
【투데이신문 김현정 기자】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지난 2월 24일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전쟁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거세게 몰아치던 반전여론도 한 풀 꺾여갔지만,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깊이 아로새겨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있는 우크라이나는 지금부터 3월 중순까지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겨울이 시작된다. 이해득실이 없는 관계란 존재하지 않는 게 요즘 세태라지만 공습에 대한 공포와 다가올 겨울을 걱정하고 있는 우크라이
【투데이신문 서정인 기자】 내 첫사랑이 범죄자가 됐다. 그를 향해 달려갔던 기차, 그를 만났던 서울, 그곳이 법원이 될 줄이야. 2019년 불법 촬영물 제작 및 유포사건의 보도 되던 때, 그의 소식을 연예면이 아닌 사회면에서 마주하게 됐다. 여기서 ‘그’는 정준영. 세글자 이름 대신 ‘그 사람’, ‘그’라는 호칭만 남았다. 헌신적인 사랑으로 모든 것을 품어줄 수 있었던 그였지만, 쓸어 모을 수 없을 만큼 넘쳐흘러 버린 그의 잘못이 결국 7년의 덕질이라는 그릇을 깨뜨려 버렸다.“‘진짜 덕질’을 한 건 처음이었어요”나만 겪는 시련이라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사람을 진정 사람이게 하는 것은 누구나 가지고 태어난 그리움의 인자(因子) 때문일 것이고, 바로 그 그리움 때문에라도 사람은 섬뜩할 정도로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을 가지고 사는 건지도” -도서 5쪽사랑은 집에서 기르는 식물을 위해 빗물을 받아 두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밤새 그리움을 뒤적이다 어느 페이지를 접어놓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벗어둔 뒷모습을 아스라이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른다.이병률 시인은 말한다. 당신의 바다는 잘 있냐고. 잊혀 지지 않는 존재는 밀
【투데이신문 김현정 기자】 코로나와의 사투가 한창이던 지난 겨울, 종로 탑골공원 앞에는 임시 선별검사소가 차려지고 6명의 의료진이 업무를 시작했다. 의료진 6명에게 던져진 것은 경험해 보지 못한 신규 업무였다. 그마저도 담당 공무원이 사업 시작일에 맞춰 힘겹게 마련된 것이다. 당시 체계가 잡히지 않았던 만큼 검사소 안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세부적인 규칙 같은 것은 의료진이 스스로 만들어가야하는, 그야말로 다이내믹 탑골 검사소였다.간호사 전유경은 그 코로나 최전선에서 일하던 의료진 중 한 명 이었다. 그는 종로의 탑골공원 앞 임시선별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축제는 끝났다. 코로나19 펜더믹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막고자 대량 살포된 유동성을 회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그 속도가 심상치 않다. 긴축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3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을 단행했고 이에 달러의 몸값은 뛰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유로화·위안화 약세는 달러 킹메이커가 돼 이른바 '킹달러'를 만드는데 일조했다.이에 원화가치도 급격히 떨어지며 13년 6개월 만에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돌파했고, 무역수지마저 6개월 연
【투데이신문 김현정 기자】 홈플러스가 지난 6월 30일 출시한 1마리 6990원짜리 당당치킨은 고물가 시대에 1분에 5마리씩 팔릴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기본 2만원인 시대에 가성비 치킨 등장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하지만 당당치킨이 인기를 끌수록 괴로운 이들이 있다. 바로 홈플러스의 조리 노동자들이다.지난달 31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 지부(이하 홈플러스 노조)는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조리노동자의 인력 충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이날 홈플러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2.61%(6713표)차 신승. 그야말로 ‘초박빙’ 승부였다. 지난 1일 취임과 함께 민선8기 강서구정을 이끌고 있는 김태우(46) 구청장은 ‘험지’로 분류되는 이곳에서 민주당 아성을 12년 만에 무너뜨렸다.2020년 총선 이후 두 번째 도전 끝에 선출직에 오른 김 구청장은 ‘화곡도 마곡 된다’는 슬로건(공약) 이행을 위해 취임하자마자 재개발재건축 신속추진 TF팀을 꾸리며 본격적인 구정 운영에 돌입했다.당선 직후부터 재개발재건축 대표 등을 만나왔다는 김 구청장은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전반적인 공약 실천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암호화폐 생태계는 아직까지 투자의 영역에 집중돼 있다. 때문에 현재 암호화폐 경제를 지탱하는 것 또한 ‘매매 가격의 차이를 활용한 자본이득 획득’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물경제에 기반한 비즈니스모델이 적절한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한 탓이다.화폐로서의 대체 역할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된다. 암호화폐가 화폐로서 기능하려면 가치의 교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마찬가지로 실물경제와의 연동성이 떨어져 그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국제결제은행(BIS)과 각 국의 중앙은행들은 자체적인 암호화폐 발행을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꿈을 처음 제시한 것은 지난 2003년이다.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울을 홍콩, 싱가포르와 견줄 수 있는 아시아 3대 금융허브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해외 주요 글로벌 금융기업들의 아시아 본부 등을 유치해 고부가가치 산업인 금융 부문을 키우겠다는 것이 계획의 골자였다. 이 같은 국가차원의 목표를 구심점 삼아 서울은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이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조사결과에서 지난 2015년 6위까지 오르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14위, 2
2020년 초, 코로나19의 확산은 해외에서 활약하던 음악가들의 발목을 기약 없이 붙잡았다. 독일을 기반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던 젊은 지휘자 아드리엘 김(Adriel Kim, 한국명 김동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짧은 방문을 예정하고 들어왔던 고국에 예상보다 긴 시간 동안 머무르게 되면서 자신이 또 다른 꿈을 꾸게 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같은 상황에 놓인 연주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이들과 같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결심이 섰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음악가로서 그만큼 확실한 비전이 있었기에 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선거 전, 은 현역 구청장이 출마할 수 없는 서울 지역 3선 연임 제한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진 유력 후보들을 만나 [격전지 인터뷰]를 진행했다.치열한 접전 끝에 희비가 갈렸고, 각 지역 신임 구청장들은 자신들이 내세운 공약 이행을 위해 당선 즉시 인수위원회를 꾸리며 업무 파악에 돌입했다.무주공산(無主空山)에 깃발을 꽂은 ‘초선 단체장’들은 어떤 각오로 구정에 임할까. 그동안 밝혀온 구정 운영 청사진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고, 향후 4년 동안 펼치고자